내 주거래 은행의 통장 개설지는 대구가 아닌 천안의 사직동으로 되어 있다. 내 인생에서 천안이란 곳은 군대생활을 했던 강원도 인제처럼 2년 반 정도 잠시 머물렀던 곳이다. 그런데 그 흔적이 아직 통장으로 남아 있다. 당시 몸담고 있던 회사에서 급료 통장으로 임의로 개설했던 것이다. 내 인생 가장 슬럼프였던 시절에 만들었던 가슴 아픈 통장이 지금은 내 사업체의 주거래 통장이 되었으니 감회가 새롭다.
지나간 12월 2일은 운수업에 뛰어든 지 딱 10년째가 되는 날이었다. 천안서 낙향해 궁여지책으로 그 일에 뛰어들 때만 해도 참으로 암담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위기는 곧 기회'란 말이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호구지책으로 악착같이 일했는데, 그게 성공을 불러온 것이다. 따지고 보면 기회가 거창하게 따로 찾아왔던 것이 아니라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한 셈이다.
삶의 무게에 부하가 과하게 걸리면 주저앉아버리는 사람이 있는 가하면, 스프링처럼 튀어 오르는 사람이 있다. 전자의 경우는 패자의 전형이고, 후자의 경우는 재기에 성공하는 케이스일 것이다. 정신력이 뒷받침되면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자랑스러운 자식으로서, 든든한 가장으로서 자긍심이 있는데 어떻게 포기를 한단 말인가. 혹여, 지금의 상황이 어렵다면 포기하지 말고 무엇이라도 시작해 열심히 하자. 절대 늦지 않다.
영화 '사관과 신사'를 보면 주인공 리처드 기어를 혹독하게 교육시키던 흑인 교관이 마침내 장교로 임관한 주인공에게 정중하게 거수경례를 올리는 장면이 나온다. 교관은 부사관이었던 것이다. 그 장면을 떠올리며 내 인생에도 나를 혹독하게 조련했던 교관이 있었다는 생각을 한다. 바로 '운명'이라는 교관이다. 운명은 정말 나를 힘들게 했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영광의 자리에 세우려고 그러한 과정을 겪게 하지 않았나 싶다. 그 덕분에 낙오하지 않을 수 있었으니 무척이나 다행스러운 일이다.
가혹하였으되, 견딜 수 있을 만큼의 시련만 줬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세상에는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을 당하는 이도 많은데 말이다. 내 기어이 재기해서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겠노라고 입술을 깨물며 다짐을 하던 때가 어제 같은데, 벌써 10년 전의 일이다. 물론 아직도 갈 길은 멀지만 일단 교두보는 확보되었다. 앞으로도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끊임없는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절대 초심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장삼철/(주)삼건물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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