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5일 오전 10시쯤 대구 달서구 상인동 대구도시철도공사 본관 입구. 두 노조위원장이 사장의 머리에 물을 끼얹었다. 사장도 이에 질세라 위원장 머리에 얼음물을 퍼부었다. 서로 으르렁대기 일쑤인 노사가 서로 물바가지 세례를 주고받은 것. 하지만 세 사람은 물에 젖어 우스꽝스러운 서로의 모습을 보며 웃었다. 이날 사장과 노조위원장들은 "이웃을 돕는 일에 노사가 따로 없다"는 마음으로 루게릭병 환자를 돕기 위한 '아이스 버킷 챌린지'에 나섰다.
대구도시철도공사가 서로 존중하고 공동 목표에 힘을 합치는 등 모범적인 노사관계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한 지붕 세 가족-아름다운 동행
대구도시철도는 올해 11월 19일 노사문화대상을 받았다. 이로써 2008년 노사문화대상 대통령상에 이어 공기업으로선 최초 2회 수상(1996년 시작 이후)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2006년 이후 올해까지 9년 연속 무분규를 이어온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고용노동부는 상생협력의 노사문화를 실천하는 기업을 선정해 이 상을 주고 있다.
대구도시철도는 현재의 노사관계를 이루기까지 험난한 길을 헤쳐 왔다. 이곳 노조는 10년 전만 해도 공기업 노조 중에 손꼽히는 강성노조였다. 2004년 88일 동안 일손을 놓으면서 공기업 최장기간 파업을 주도했고, 이 과정에서 13명이나 해고된 경험이 있다. 긴 파업의 여파로 내부 갈등이 증폭되는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9년 연속의 무분규 과정 중에도 위기가 있었다. 2011년 7월 복수노조설립이 법으로 허용되면서 한 지붕 두 노조가 됐다. 직종 간 성향 차이로 기존 지하철노조에 있던 차량, 기술 직종이 도시철도노조를 설립한 것이다. 지하철노조는 민주노총, 도시철도노조는 국민노총으로 각각 상급단체가 다르다. 이 때문에 노조의 성향과 요구 사항이 차이가 난다.
사측과 노조 대표들은 소모적인 갈등을 줄이기 위해 해법 찾기에 나섰다. 우선 "서로 경쟁하면서도 존중하고 배려하는 기본은 잃지 말자"는 원칙을 세웠다. 이를 바탕으로 노사협의회와 산업안전보건위원회, 후생복지위원회 등을 두 노조가 함께 참여하고, 새로운 현안이 발생하면 공동으로 실무협의회를 꾸려 운영하고 있다. 법이 정한 각종 협의회의 상설 노사대화 체계도 함께 구성했다.
◆노사 안정은 경영 성과로
노사관계 안정은 경영 성과를 낳았다. 안전행정부와 국토교통부, 능률협회, 표준협회 등 모두 5개 기관의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특히 한국생산성본부의 국가고객만족도(NCSI) 6년 연속 1위가 값졌다.
이 밖에도 중소기업제품 공공구매 활성화 우수기관 대통령상과 교통문화 발전대회 국무총리상, 국토교통업무 발전 장관상 등 다양한 부문에서 경영성과를 인정받았다. 또 여성가족부로부터 '가족친화기업'으로 인증을 받고, '아이 낳기 좋은 기업'에 선정됐다.
사측과 두 노조는 기부와 자원봉사 등 공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일에 함께 두 팔을 걷어붙였다. 그동안 유니세프 활동지원과 주거환경 개선, 헌혈, 연탄'김장 나눔, 1사2촌 자매결연, 쪽방촌 희망물품 전달 등에 참여했다.
이승용 지하철노조 위원장은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분쟁이 확산되기 전에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종박 도시철도노조 위원장은 "노사문화대상은 어느 일방의 노력보다는 노사가 함께 대화'협력하며 발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다져온 결과다"며 "앞으로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노조가 되겠다"고 했다.
홍승활 대구도시철도공사 사장은 "노사관계는 수레바퀴의 양 축과 같아서 한쪽만으로는 앞으로 나갈 수 없다"며 "노조를 경영의 동반자로서 인정하는 등 성숙한 노사문화를 밑바탕으로 공기업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서광호 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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