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겨울 열대 과일 주렁주렁…안동 파파야 농장

귤 12종·망고·아보카도…우량종자 생산까지 척척

핑크벨벳바나나
"여기는 열대지방이 아닙니다. 제 하우스입니다." 황순곤 안동파파야농장 대표가 자신의 하우스에서 키우고 있는 파파야 나무 옆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전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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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시 와룡면 이상마을. 이곳에는 마을 이름처럼 이상한 비닐하우스가 하나 있다. 꽁꽁 언 겨울 한파 속에도 세상을 잊은 채 과일나무에서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린다.

그것도 열대지방에서나 볼 수 있는 파파야'망고'바나나 등이다. 330㎡ 넓이의 하우스에 30여 종의 열대 과일작물이 따뜻한(?) 겨울을 나고 있다. 누렇게 익어가는 파파야와 하얀 속살을 드러낸 분홍벨벳바나나 등 열대 과일의 달콤한 향이 하우스에 가득 차 있다.

◆안동파파야농장의 열대 과일 겨울나기

"이달 들어 날씨가 급격하게 내려간 탓에 하우스 문단속이 가장 중요합니다. 작은 찬 바람에도 과일들이 얼거든요. 바람이 불거나 눈이 내릴 때 행여 하우스에 피해가 생길까 봐 뜬 눈으로 밤을 새우기도 합니다. 제게는 보물 같은 존재입니다."

안동파파야농장 대표 황순곤(51) 씨는 대부분 농한기에 접어든 겨울철 일손이 더 바쁘다. 온도에 따라 생육상태가 급변하는 열대작물을 키우다 보니 매시간 온도와 습도를 관리해야 한다. 황 씨의 비닐하우스에는 귤 12종과 파파야, 레몬, 망고, 아보카도, 용과, 바나나 등 열대지방 과일들이 자라고 있다. "열대작물을 공부하다 보니 우리나라에서 최적의 생육온도와 습도를 터득하게 됐어요. 열대작물이 잘 자랄 수 있는 기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한데, 최근까지 연구한 결과 이 두 가지에 미세한 차이가 있고, 작물 생장에도 차이가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취미생활에서 전문 농사꾼으로

대학에서 체육을 전공한 황 씨는 당시 청구그룹 레저스포츠센터에서 근무하면서 지인으로부터 귤나무를 선물 받아 키우게 된 것이 열대작물과의 첫 인연이 됐다.

당시 귤나무는 내륙에서 보기 드문 귀한 것이라 방 안에 고이 모셔두고 키웠는데, 가을이 되니 잎이 다 떨어지고 마르기까지 했다. 이곳저곳 서적을 뒤져보니 습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가습기를 틀어놓았더니 잎도 생생하고 열매도 열렸다. 그때부터 취미생활로 열대작물을 키우기 시작했고 이후 바나나와 망고 등을 수집해 열대작물 수십 종이 집을 채웠다.

2009년 그는 고향으로 내려온 이후 2010년 5월 아버지의 고추밭에 파파야 모종 100포기를 심었다. 당시 황 씨의 아버지는 만류했지만 황 씨의 호기심을 꺾지는 못했다. 처음 생육에 문제가 있는 듯 보였으나 점차 자라나 고추 크기보다 더 크게 자랐다.

◆열대 과일과 잎 판매로 고소득 올려

황 씨는 올해 3천300㎡ 면적에 파파야 500여 포기를 심어 덜 익은 그린 파파야 2.5t을 생산했다. 잎도 생잎은 1㎏당 5만원, 마른 잎은 1㎏당 15만원에 판매된다. 최근 방송을 통해 파파야 잎이 각종 암의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나온 이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황 씨의 농장에 단연 인기 스타는 몽키바나나다. 황 씨는 "최근 대구식물원에서도 몽키바나나를 사갔는데 성인 남성 키 정도로 한 그루당 50만원 정도 한다"며 "요즘 경관'체험'정원수 등의 목적으로 기관과 호텔, 펜션 등에서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몽키바나나는 수령이 다 될 때까지 한 나무에 5~10송이 정도 열린다. "몽키바나나는 아이가 있는 집에서 키우면 좋을 것 같아요. 나무를 키우면서 부지런함과 책임감이 생기고 다 익은 바나나를 먹을 기회도 있기 때문에 가정집에서도 문의가 많이 오는 편이죠."

◆체험관 꿈꾸는 열대작물 농사꾼

황 씨는 오랜 연구를 통해 우량종자만을 생산해 재배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알았다. 3가지 파파야 종을 서로 교잡해 우량종자를 걸러냈고, 그것을 심어 열매를 수확해 모종을 만들었다고 한다.

황 씨는 "벤치마킹은 영원한 2등밖에 안 된다. 그 철칙으로 2종 정도는 개발했지만 아직 숨기고 있다. 상품성이 떨어진 종과 나중에 바꿀 생각이다. 이 2종은 가족들도 모른다"고 웃었다.

2014 경상북도 정보화농업인 경진 및 전진대회에서 우수상을 차지할 정도로 황 씨는 신지식 농민으로 인정받고 있다. "앞으로 지금의 3배 정도 시설을 늘려 체험장을 만들 계획입니다. 기존 식물원처럼 보는 것만 허용하지 않고 만지고 직접 따고 꺾으며 체험자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전해주고 싶습니다."

안동 전종훈 기자 cjh4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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