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입은 남자/이상훈 지음/박하 펴냄
노비의 신분으로 세종의 총애를 받아 종3품까지 올랐던 장영실. 자격루, 측우기 등 세계사에 한 획을 긋는 위대한 발명품을 수없이 만들어내며 세종과 함께 조선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장영실이 가마를 잘못 설계했다는 하찮은 이유로 역사 속에서 사라진다. 장영실은 곤장을 맞고 쫓겨난 뒤 어디로 갔을까. 그 실마리는 엉뚱하게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나왔다. 다름 아닌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스케치. 도르래 원리를 이용한 기중기부터 다연발 로켓, 물시계, 비차의 모형도까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수많은 스케치에는 우연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장영실과의 접점이 나타난다. 장영실이 천만 길 바다를 건너 유럽으로 건너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스승이 되었을까? 혹자는 코웃음 칠지 모를 '역사적 가정'을 저자는 10년에 걸친 치밀한 자료 조사와 철저한 고증에 시공간을 종횡무진하는 놀라운 상상력을 덧붙여 픽션(소설)의 형식으로 재창조했다.
책 속에서 장영실은 역사 속에서 지워진 것이 아니라 세종에 의해 빼돌려졌다. 이순지가 천문서적인 '칠정산내외편'을 지을 당시 세종이 무엇이 필요한지 물었을 때, 오직 장영실이 필요하다고 대답했을 정도로 모두가 인정하는 천재였음에도 노비 출신이라는 이유로 대신들은 장영실을 무시했고 명나라는 신기전이라는 다연발 무기를 개발한 그를 두려워해 암살하고자 했다. 그런 상황에서 세종은 장영실을 구하기 위해 가마 사건을 꾸며내 장영실을 조선의 역사에서 지운 후 밖으로 빼돌렸던 것이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로마에 도착한 장영실은 교황과 마주한다. 그러나 지구는 둥글며 태양을 중심으로 돈다는 장영실의 주장은 신성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져 장영실은 교황과 대립 관계인 메디치가가 지배하는 피렌체로 떠나 그곳에서 한 소년을 만난다. 그 소년은 바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였다. 536쪽, 1만5천원.
이경달 기자 sarang@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