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53년 만에 쿠바와의 적대 관계를 청산키로 한 것은 세계가 화해와 협력의 시대로 한 걸음 도약한 것을 뜻한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쿠바와 국교 정상화 교섭을 시작하기로 했고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도 외교관계 수립을 위한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두 나라의 화해는 앙숙이던 양국 관계의 회복을 넘어 '냉전의 잔재' 청산이라는 의미가 더 크다. 이로써 냉전 이후 미국과의 문을 여전히 잠그고 있는 나라는 북한밖에 남지 않았다.
미국'쿠바 간 해빙의 원동력은 쿠바 내부 변화에서 시작됐다. 지난 2008년 집권한 라울 카스트로 대통령은 실용주의자란 국제사회의 평가를 받았다. 형 피델 카스트로로부터 정권을 넘겨받은 후 줄곧 경제개혁을 시도하고 외국인투자 확대 조치를 취했다. 굳건하던 자국민의 해외여행 제한도 해제하는 등 개방 정책을 펼쳤다. 미국과의 적대 관계를 청산하기 위한 토대를 깔았던 것이다. 라울 카스트로의 이런 개혁 개방 정책이 없었다면 양국 간 수교합의는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쿠바와 북한은 그동안 형제국이라 할 만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두 나라는 닮은 점이 한둘이 아니다. 모두 미국으로부터 불량 국가로 낙인이 찍힌 점이 그랬다, 북한이 70년째 3대 세습 독재를 이어오고 있다면 쿠바는 1959년 이후 카스트로 형제가 독재를 이어오는 모양새도 비슷하다. 쿠바가 1963년 미사일 위기를 전후해 시작된 미국과의 냉전관계를 청산하지 못했던 것이나 북한이 6'25전쟁 후 적대 관계를 이어온 점도 마찬가지다.
결정적인 순간 쿠바는 실리를 택했다. 미국 역시 쿠바에 대사관을 개설하기로 했고 자국민의 쿠바 자유여행을 허용하며, 대 쿠바 경제 제재, 테러 지원국 지정을 해제키로 해 카스트로의 결정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동안 미국의 가혹한 외교정책의 희생양임을 자처해 왔던 쿠바의 기업인들도 오바마 대통령의 과감한 조치를 접하고 기대에 부풀어 있다.
이제 시선은 북한으로 향하고 있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최대 걸림돌은 핵이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북'미 관계 개선은 힘들다. 북한이 정녕 쿠바처럼 북'미 관계 개선을 원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핵을 내려놓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쿠바는 화해 비결이 핵이 아닌 개방임을 보여줬다. 북한이 진정 세계의 화해와 협력에 기여하기를 원한다면 그 힘은 내부에서 시작돼야 한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