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업들의 기부 규모가 사상 최악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끝 모를 경기 침체와 세월호 참사의 여파가 연말 기부에까지 영향을 미친 탓이다.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9일 현재 기업 기부금은 22억3천여만원으로 전체 모금액 105억8천300만원의 21%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전체 기부금 112억5천900만원 중 기업 기부금(33억300만원)이 29%를 차지했던 것에 비해 8%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올해 기업기부 비중이 이처럼 낮은 것은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설립 17년 만에 처음이다. 전국 평균인 51.7%에도 훨씬 못 미친다. 최근 4년간 기업기부 비중도 2011년 35%, 2012년 30%, 2013년 29%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참여 기업 수도 감소세다. 경북지역 기부 참여 기업은 2012년 1천100여 곳에서 지난해 1천400여 곳으로 늘었지만 올해는 870곳에 그쳤다.
이에 따라 전체 모금액 규모도 105억8천300만원으로 올해 목표 모금액 161억7천만원의 65%에 머물고 있는 형편이다. 이는 지난해 모금액보다 9%p 낮고, 전국 평균 73.2%에도 훨씬 못 미친다. 경북지역은 서울과 경기도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모금액이 많은 곳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기대에 못 미치는 기업 기부에 비해 개인 기부는 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경북지역 개인 기부금은 83억5천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9억5천500만원에 비해 4억원 이상 늘었다.
기업 기부가 이처럼 크게 줄어든 이유는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기업들이 사회공헌 예산을 줄이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4월 세월호 참사로 기부금을 낸 기업들이 추가 기부할 여력이 줄어들면서 기업 기부 규모 전체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김누리 사무처장은 "경기가 어렵다 보니 연말 기부를 약속했던 지역 기업들이 기부를 철회하거나 예년의 절반 수준의 기부금을 전달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며 "대신 소액을 기부하는 개미기부자들이 기부문화의 근간을 이루면서 개인기부에 대한 의존도가 해마다 높아지는 추세"라고 했다.
연말마다 실시하는 '희망나눔캠페인'을 통한 사랑의 온도도 38도에 머물러 지난해 같은 기간 40도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아직 큰 차이는 아니지만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모금 목표 달성을 낙관하기 힘들다. 올해 희망 2015 나눔캠페인은 현재까지 43억8천100만원을 모금해 올해 목표인 114억6천100만원의 38%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역 내 빈곤층 지원과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투입될 내년도 복지비용 마련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신현수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은 "계획된 모금액을 모두 채우려면 매일 하루에 7억~8억원 이상 모금돼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어려울수록 주변을 먼저 돕고 배려해왔던 경북 기업의 통 큰 나눔 실천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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