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 우연의 과학

우연의 과학/ 다케우치 케이 지음/ 서영덕'조민영 옮김/ 윤출판 펴냄

"하필이면 나한테…." 우연을 받아들이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출근길에 놓친 버스 때문에 뒤엉킨 하루의 일상쯤이야 그러려니 하지만, 세월호 사건 같은 큰 재난을 만난다면 아무리 헤아려도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를 찾기 어렵다.

우연은 예측할 수 없고, 이해할 수도 없다.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현상, 즉 순수한 우연을 견디지 못하고 점집을 찾고, 종교에 의지하며, 신비주의에 빠지기도 한다. 개인의 인생만 그러한가. 기업이나 국가도 그리고 자연이나 인간의 역사도 모두 우연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없다.

평생 수리통계학을 연구한 저자 다케우치 케이는 "확률은 우연성의 크기를 나타낸 것"이라며, 자신의 전공 분야 확률론에서 시작해 학문의 칸막이를 넘나들며 우연의 과학에 대해 설명한다.

우리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유전자 조합이라는 우연으로 태어난다. 살아가는 과정에서도 수없는 우연과 만난다. 스스로 행운을 불러오거나 불운을 대비할 수 없다. 저자는 이를 '인생의 근원적인 부조리'라고 한다. 그러면 어쩌면 좋을까. 나쁜 우연이 닥치는 것 자체는 어쩔 수 없지만, 그 결과의 불행은 사람들이 나눌 수 있기 때문에 불운의 결과를 나누는 연대를 주장한다. 이것이 우연의 전제(專制)에 대항하는 길이라고. 우연의 영향을 받는 시장경제의 결과를 개인이 책임져야 한다는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에 대한 비판, 사회복지와 관련한 언급은 명쾌하다.

저자는 "크게는 전체 우주로부터, 지구 위의 생물계, 그리고 인간이 만든 사회의 역사까지 모두 역동적인 세계"라며 "그 안에서 우연은 필연에 대항하는 방해물이 아니라 세계를 만들어내는 본질적인 요소"라고 말한다. 232쪽, 1만3천원.

한윤조 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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