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대병원 파업 고비는 넘겼지만…36일 만에 정상화

31일 현장 복귀…"방만 경영 정상화안 수용 어렵다" 노조측 반발 여전

노조 파업으로 파행을 겪던 경북대병원 운영이 36일 만에 정상화됐다. 병원 측이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하고 취업 규칙 변경안에 대한 개별동의를 받기 시작한 지 나흘만이다.

노조는 31일 현장에 복귀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파업의 형태만 부분 파업으로 바뀌었을 뿐 쟁의 행위는 계속되고 있으며, 여전히 정부의 방만 경영 정상화 이행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노조 측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고비는 넘겼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경북대병원분회(이하 경북대병원 노조)는 1일 오전 5시부터 전면 파업에서 지명파업(부분파업의 일종으로 특정 노조원만 지명해서 파업하는 것)으로 전환하고 현장 근무에 복귀했다. 지난해 11월 27일 파업에 돌입한 지 36일 만이다. 이번 파업은 지난 2000년 있었던 34일간의 파업을 넘어 사상 최장 파업을 기록했다.

환자와 보호자를 위해 병원 정상화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노조 측은 매일 50명가량 파업을 지속하는 한편, 14일 다시 전면 파업을 하고 상경 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경북대병원 노조 관계자는 "정부 지침에만 목을 맨 채 타협을 거부하는 병원 측으로 인해 정상적인 노사관계는 실종된 상황"이라며 "방만 경영 개선이라는 이름으로 계속 이어질 정부의 공공기관 노동자와 노동조합 죽이기를 막아내기 위한 2라운드를 준비하겠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복귀를 선언했지만, 병원 운영이 정상화되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병상가동률이 평소 절반 수준인 46%에 그치고 있어 당분간 인력이 남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병원 측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CS교육 등을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북대병원은 이번 파업으로 인한 병원 손실이 15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경북대병원은 2012년 20억3천만원, 2013년 109억1천700만원의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파업 여파로 인해 지난해 적자 규모는 2013년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경북대병원 관계자는 "노조가 파업을 중단한 상황이 아닌데다 14일 전면 파업을 예고하고 있어 안정적인 진료 확대 계획을 세우기 어려운 상태"라며 "노조가 '무노동 무임금'을 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리는 것 같다"고 했다.

◆남은 과제도 첩첩산중

경북대병원은 정부의 '방만 경영 정상화' 이행계획 제출 시한인 12월 31일 노조 측에 유효기간 만료에 따른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어 노조의 극심한 반대를 무릅쓰고 전 직원 2천939명의 과반수가 넘는 1천558명의 동의를 받아 방만 경영 정상화 이행안을 반영한 취업 규칙을 확정했다.

취업 규칙은 사용자가 사업장에 있어서 근로자가 준수해야 할 규율과 임금'근로시간, 기타 근로조건에 관한 구체적 사항을 정한 규칙을 말한다. 단,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의 취업 규칙을 정할 경우 근로자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경북대병원은 방만 경영 정상화에 따른 손실분을 보전하기 위해 급여를 2호봉씩 올리는 등 평균 연 200만원(5급 12호봉 기준)가량 보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난해 병원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5천749만원이다.

효도휴가비를 기본급의 15%씩 지급하고 귀향보조비 20만원을 추가 지급하기로 했다. 하계휴가비도 기존 50만원에서 기본급의 50%로 변경했다. 대학생 자녀의 학자금을 무이자 대출로 전환하고 근속연수별로 2~8%를 가산해 폐지되는 퇴직수당을 보전할 방침이다.

대신 연차보상비를 150%에서 100%로 줄이고 보건수당과 중학교 자녀학비, 대학생 자녀학자금 지원, 영유아 보육비, 퇴직자 포상 등의 제도는 폐지했다. 이는 복지 혜택 축소에 따른 임금 감소액 103만8천원보다 25만1천원 많은 128만9천원 수준을 보전해준 것이라고 병원 측은 설명했다.

그러나 노조 측은 변경된 취업 규칙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정부의 방만 경영 정상화 이행안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당분간 단체협약을 둘러싼 노사간의 갈등이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된다.

경북대병원 조병채 병원장은 "올해까지 방만 경영 정상화 이행계획을 제출하지 않으면 전 직원의 임금이 동결되고 정부의 재정지원이 중단되는 등 엄청난 불이익이 예상된다. 이 때문에 노조의 반발이 있더라도 전체 직원들을 위해 취업 규칙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면서 "지역민들에게 불편을 끼쳐 정말 죄송하다. 앞으로 지역거점병원으로서 환자 중심 병원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장성현 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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