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영덕 원전 건립, 주민 불만부터 품어라

천지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추진 중인 영덕 원전사업이 건립부지 감정가 문제로 또다시 논란이다. '천지원전 사업 예정구역 토지 감정 평가 결과'에 따르면 현재 정부가 예상한 감정가는 지목별로 ㎡당 8만~18만원이다. 그러나 이 금액은 주변 시세의 3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2012년 9월 원전 건설 계획 발표가 난 뒤, 개발 기대로 땅값이 많이 올랐으나, 2년여 동안 제대로 추진이 안 되고 땅값만 오르면서 생긴 현상이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감정평가 결과는 선 보상 신청이 들어온 일부 필지에만 해당하는 것으로 부지 전체의 감정가를 대표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토지 소유 주민들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영덕군과 한수원의 태도다. 영덕군은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쉬쉬했고, 한수원도 영덕군의회의 여러 차례에 걸친 감정평가 결과 요청을 계속 무시하다가 지난해 말에야 필지별 감정평가가 아닌 지목별 상한가만 통보했다.

"영덕군과 한수원의 감정평가 처리만 봐도 원전 추진 과정에서 주민들이 얼마나 무시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는 목소리가 이래서 나오는 것이다. 그동안 동해안 주민들은 국내 원전의 절반과 방사성폐기물처리장까지 수용한 것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 약속이 늑장을 부리거나 흐지부지되면서 원전 반대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더구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따른 불안심리와 원전 납품비리, 허술한 보안망 노출사건 등이 겹치면서 이러한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정부와 한수원은 영덕 군민의 심리를 잘 읽어야 한다. 이제는 실제 땅값과 감정가의 큰 차이를 탓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적정한 보상 여부는 앞으로 원활한 천지원전 건설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신규 원전 입지와 관련해 이미 강원 삼척은 주민 투표로 원전 유치를 반대했다. 현재 영덕은 주민 투표 청원이 접수돼 영덕군의회가 의견 수렴에 들어간 상태다. 투표를 통해 결정할 것인지는 불투명하지만, 투표를 통해 결정하겠다는 목소리가 더욱 힘을 얻는다.

원전 건설을 받아들이는 것은 정부 지원에 따른 당장 지역 발전을 위해 지역민이 희생하는 것이다. 정부와 한수원은 천지원전 건립과 관련한 주민 보상 대책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시작부터 주민의 불만을 무시한다면 앞으로 더 많은 반대 목소리와 맞닥뜨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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