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달성군과 교향악단

대구의 민간 교향악단 지휘자에게서 들었던 오래전 이야기다. 경북의 한 도시(그곳이 어디였는지는 밝히지 않는다)에서 연주회를 했는데, 연주회가 끝나자 연세가 지긋한 분이 찾아와 악수를 청하며 '정말 고맙다'고 했다 한다. 평생 그 도시에서 살았지만, 교향악단 연주회를 직접 본 것은 처음이었다며 눈물까지 글썽이더라는 것이다.

그나마 포항은 1990년 시립교향악단이 창단돼 이런 문화적 갈증은 줄었지만, 1997년 경북도립교향악단이 창단되기 전까지 다른 시군 주민은 거주 지역에서 교향악단 연주회를 구경하기란 불가능했다. 경북도향도 한계가 있다. 단원 전체가 참여하는 연간 8~10회의 정기연주회로는 포항과 김천(2004년 김천시향 창단)을 제외해도 남은 21개 시군을 계산하면 2년에 한 번 방문하기도 어려워서다.

교향악단 연주회 횟수가 그 지역의 문화예술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는 아니다. 그러나 대구시향의 정기공연을 비롯한 외국 초청 공연 등 연간 수십 회의 대규모 교향악단 연주회가 대구에서 열리는 것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너무나 크다.

대구에도 이런 불모지가 있다. 달성군이다. 달성군에는 교향악단이 연주할만한 공간이 없다. 그러다 보니 올해가 달성군청 개청 100주년이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교향악단 연주회가 없었다. 같은 대구시이니 시내 공연장에 나오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도심과 멀리 떨어진 면 단위에서 도심의 연주회장을 찾기는 쉽지 않다.

최근 달성군은 임동창의 100대 피아노 연주회 개최, 강정대구현대미술제 부활 등 문화예술 분야에 많은 힘을 쏟았다. 3년 내리 열린 이 행사는 늘 성황이었다. 이번에는 대구시립교향악단이 8일 오후 6시 30분 달성군청 대강당에서 연주회를 한다. 도심에서는 숱하게 열린 대구시향 연주회지만, 달성군으로서는 100년 만의 손님이다. 지금 달성군은 강당의 좌석 수를 줄이고 무대를 넓히는 등 진객(珍客) 맞이에 법석이다.

대구시향으로서도 이번 공연은 뜻깊다. 올해를 여는 첫 연주회가 달성군의 '100년 만의 교향악단 방문'이 됐고, 이번 공연이 새로 기획한 '시민행복 콘서트'의 출발점이어서다. 대구시향은 올해 천주교 대구대교구와 동화사, 대학 등에서도 공연할 계획이다. 이번 조합이 달성군으로서는 지역민의 문화예술 갈증 해소에 더욱 노력하고, 대구시향은 그들의 방문을 손꼽아 기다리는 곳이 있음을 알게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