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수원의 6천억 '황당한 투자'

월성원전 1호기 계속 운전 신청과 동시에 설비 개선

월성원자력발전소(이하 월성) 1호기 재가동에 대한 전문가 의견이 엇갈리는(본지 7일 자 1'2면 보도) 가운데 계속운전을 전제로 이미 수천억원을 설비개선 명목으로 써버린 한수원에 대해 비난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영구정지 처분이 내려질 경우 돈을 고스란히 날리는 것이 뻔한데도 '황당한 투자'를 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고, 계속운전 판정이 내려지더라도 한수원이 임의로 원전 가동 여부에 대한 예단을 내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수원은 월성1호기의 영구정지 처분 또는 계속운전이 결정 나지 않은 상황에서 2009년 4월부터 2011년 7월까지 6천억원(시민단체 측은 1조원가량 추정)에 가까운 돈을 들여 대대적인 설비개선작업을 벌였다. 계속운전을 위한 핵심 작업인 압력관(경수로 원전의 경우, 원자로에 해당) 교체를 비롯해 제어용 전산기 교체, 수소제어설비 설치, 원자로 기동용 계측기 교체, 비상디젤발전기 개선 등의 주요 설비 투자가 이뤄진 것이다.

2009년 계속운전 인'허가 신청을 하면서 설비개선 작업을 동시에 진행한 것과 관련, 원전 전문가들은 "주민들의 의견이나 향후 영구정지 처분 가능성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한수원 입맛대로 계속운전을 추진하는 것이 우리 원전 정책의 현주소"라며 "설비개선 작업 당시에도 주민들이 강력 반발했지만 한수원 측은 귀를 닫고 밀어붙였다"고 주장했다.

실제 한수원은 그간 월성1호기 계속운전의 당위성에 대해, "압력관 교체를 모두 마친 월성원전 폐쇄는 리모델링을 마친 건물을 부수는 것과 같다"고 전제한 뒤 "계속운전 결정으로 10년 더 운영하면 2조5천억원의 경제적 비용이 절감된다"고 주장해 왔다.

민간환경감시센터의 한 관계자는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의 돈이 투입된 것으로 보이는 월성1호기 개선작업이 주민들의 의견과 관계없이 마무리됐다. 한수원 입장에서는 어마어마한 돈이 투입된 월성1호기를 무조건 가동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주민 합의조차 없이 설비개선부터 덜컥 시작해놓고 뒤늦게 경제성을 운운하는 한수원을 더 이상 믿을 수 없다. 계속운전을 못하게 될 경우 수천억원의 손실을 보게 될 것과 앞으로 노후원전의 계속운전이 막히는데 대한 걱정만 한다"고 지적했다.

한수원 측은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중요한 원전설비를 대거 교체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도 월성1호기에 대해 안전하다고 평가한 만큼 계속운전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월성1호기의 1년 발전량은 약 50억㎾h에 이르며, 이는 경상북도가 1년 동안 사용하는 전력량의 13.7%에 달한다. 월성1호기 재가동 여부 결정에 이어, 내년에는 고리1호기가 2차 수명연장 판단을 앞두고 있다. 또 고리2호기(2023년)와 영광1호기(2025년) 등 2030년까지 수명 완료되는 원전이 전체 원전 23기 중 12기에 이른다.

경주 이채수 기자 cslee@msnet.co.kr

포항 박승혁 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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