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3일 대구 전역 시위·집회 '0건'

13일 대구 전역에서 시위'집회가 한 건도 열리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시위'집회가 한 건도 없었던 건 지난해 3월 4일 이후 처음으로, 10개월 만이다.

시위'집회 단골 장소인 대구시청 앞 광장에서의 시위'집회도 최근 보기 힘들어졌다. 대구시청 앞 광장은 장기 미제 및 해결이 쉽지 않거나 시급하고 주요한 현안에 대한 시위'집회가 끊이지 않던 곳이다. 올 들어 1건, 지난해 12월 이후 3건이 전부다.

시위'집회가 줄어든 이유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시위'집회를 할 만한 대형 이슈 감소를 비롯해 대구의 성숙한 집회 문화, 소통'교감 분위기 조성 등이다. 세월호 침몰 참사 외 특별한 큰 이슈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지만 대화'소통 분위기가 조금씩 조성되고 있는 것도 주요 이유로 꼽히고 있다.

대구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에서 열린 시위'집회 건수는 1천561건으로 2013년 1천638건에 비해 줄었다. 시위'집회 신고 건수가 지난해 5만4천195건, 2013년 4만9천212건이었던 걸 감안하면 신고 건수는 늘었는데 개최 건수는 더 줄었다.

장애인이나 복지 관련, 재건축'재개발 등 집단 민원과 관련해 시위'집회 신고가 접수되면 경찰 정보관들이 찾아가 대화하고 중재하는 등 소통 노력에 힘을 쏟고 있고, 이를 받아들이는 경우도 늘어나는 등 시위문화가 성숙되고 있다는 게 경찰의 얘기다. 이는 집회 개최 건수가 줄어들거나 집회 신고를 한 뒤 집회를 하지 않는 등의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

시청 앞 시위'집회 감소도 소통과 교감의 결과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시위'집회를 하든 말든 무관심하거나 적대시하지 않고 오히려 적극 중재하거나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여준 결과라는 것이다.

시청 앞에서 오랫동안 시위'집회가 열렸던 수성의료지구 보상, 장애인 정책, 택시업체 민원 등 해결이 어려운 현안과 관련해서 시가 대화와 해결 방안 모색에 노력하면서 시위'집회자들의 마음을 돌렸다.

몇 달 동안 시청 외벽에 종이'플라스틱 박스 등으로 움막 같은 공간을 만들어 밤을 새우거나 늦은 시간까지 시위하던 민원인에겐 시가 전기장판을 설치해 주고, 커피를 타 주거나 저녁이 되면 시청 당직실로 안내해 텔레비전도 함께 보고 얘기도 들어줬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민원인은 집회를 중단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해결 방법이 없어도 얘기를 들어주고 시장까지 나서 구제 방법이 없는지 알아보는 등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전달된 것 같다"며 "장기간 노숙 집회를 한 민원인의 경우 건강 악화를 우려, 여러 차례 의사 왕진으로 진료를 받게 하는 등 진정성을 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호준 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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