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골프존'에 억대 투자했는데 10만원도 못벌어"

대구 북구 매천동에서 스크린골프장을 운영하는 유부상(48) 씨. 그는
대구 북구 매천동에서 스크린골프장을 운영하는 유부상(48) 씨. 그는 "개업 1년간은 벌이가 괜찮았지만, 주변에 스크린골프장이 많이 생기면서 손님이 줄어 지난해부터는 적자 상태다"고 한숨을 짓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2012년 1월부터 대구 북구 매천동에서 스크린골프장을 운영하는 유부상(48) 씨는 "골프존 때문에 삶이 파탄 날 지경이다"고 하소연했다.

"골프존의 기기 판매 남발로 근방에 스크린골프장이 수두룩하게 생기면서 수익성은 나빠지는데, 돌아서면 버전 업그레이드를 해야 하니 더는 버틸 힘도 의지도 없어져 버렸습니다."

13일 오후 2시에 찾은 유 씨의 스크린골프장은 파리만 날리고 있었다. 4개의 방 중 3곳은 비어 있었는데 유 씨는 저녁이나 휴일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했다. 지난해 초부터 1년째 이런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유 씨는 "방 하나 설치하는 데 1억원을 쏟아부었는데, 한 곳당 하루에 10만원도 벌지 못하니 살 수가 없다"고 했다.

1년간은 벌이가 괜찮았다. 개업 초기에는 한 달에 600만~700만원을 벌었다. 그러나 1년이 지나자 겨우 벌고 쓰는 돈을 맞출 정도였고 지난해부터는 아예 적자다.

유 씨가 개업할 때만 해도 반경 1㎞ 내 4곳이던 스크린골프장이 2014년 2곳이 더 생겨 지금은 6곳에 이른다. 손님이 분산되면서 벌이는 시원찮아졌고 문을 열면 유지비도 건지지 못해 손해로 이어졌다.

'골프존 리얼'에서 1대당 3천만원을 들여 2곳을 '골프존 비전'으로 바꾸면서 또다시 돈을 쏟아부었지만 나아지는 건 없었다.

그는 손님을 한 명이라도 더 받기 위해 서비스를 강화하고, 손님의 골프 가방을 주차장까지 들어주며 다음에도 꼭 오라고 당부하기도 했지만 수입은 늘어나지 않았다. 결국 버전 업그레이드를 하지 못한 2개의 방은 골프 연습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스크린골프장을 차릴 때 빌린 돈도 다 갚지 못한 상태인데, 임대료와 골프존 프로그램 사용료인 R캐시, 여기에다 비품비, 공과금, 간식 서비스 등으로 나가는 돈만 한 달에 700만원이나 된다.

참다 못한 유 씨는 지난달 29일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린 제2차 전국골프존 사업자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에서 전국 스크린골프 업주들의 동참을 호소하며 삭발했다.

"20년간 식당을 해 모은 돈을 다 털어 넣었는데 빚은 자꾸만 늘어 결국 집을 내놨습니다. 야식을 배달하느라 어머니 임종도 지키지 못하며 모은 돈인데, 골프존이 모든 것을 빼앗아 갔습니다."

홍준표 기자 agape1107@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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