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교육은 대구시교육청이 올해 인문학 교육과 함께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다. 시교육청은 올해 진로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중학교 자유학기제를 전면 시행한다. 자유학기제의 의미부터 자유학기제가 시행되면 학교 교육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자유학기제를 둘러싼 우려와 기대 등에 대해 짚어봤다.
◆자유학기제는 무엇인가?
자유학기제는 중학교에서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이 중간'기말시험 등 필기시험을 치르지 않고 다양한 진로체험활동을 하고 토론, 실습 등 학생 참여형으로 수업을 개선하는 등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것이다. 교육부는 2016년 전국 모든 중학교에 자유학기제를 도입하도록 한다고 밝힌 바 있으나, 대구는 올해 모든 중학교에 자유학기제를 도입한다. 대구시교육청이 한 해 먼저 시행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자유학기제는 아일랜드의 '전환학기제'(TY'Transition Year), 덴마크의 '애프터스쿨' 등을 참고해 만든 제도. 다만 이들 국가에서는 이 제도가 중학교에서 고교 과정으로 진입하는 시기에 희망 학생을 중심으로 1년 동안 운영되는 반면 우리나라 자유학기제는 모든 중학생을 대상으로 정규 교육과정 중 한 학기 동안 진행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자유학기제를 실시한다 해도 정규 교과 수업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일부 학부모의 걱정처럼 '마냥 노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해당 학기에 중간'기말시험을 치르지 않을 뿐이다. 오전에는 기본 교과 위주로 공부하고, 오후에는 학생들의 적성과 소질에 맞는 진로를 탐색할 수 있게 자율과정을 다양하게 운영하도록 한다. 교육부는 자율과정을 ▷진로탐색 활동 ▷동아리 활동 ▷예술'체육 활동 ▷학생 선택 프로그램 등 4가지 모형으로 구분하고 있다.
대구교육연수원 김차진 연수부장은 "자유학기제는 '학습'을 제대로 시키자는 뜻에서 시작한 것"이라며 "교실 내에서 배우는 지식은 '학'(學)의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아 학생의 학습 정도를 '습'(習)의 단계로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체험학습이 필요한 것이다"고 했다.
◆대구의 준비 상황
올해 대구의 모든 중학교는 1학년 2학기 때 자유학기제를 시행한다. 이를 위해 시교육청은 일부 학교가 자유학기제를 시범 운영하도록 하는 등 준비 과정을 거쳤다. 2013년에 동변중학교(진로 탐색 중점 모형)와 천내중학교(동아리 중점 모형)를 연구학교로 정하고, 지난해에는 신암중학교(예술체육 중점 모형)와 성곡중학교(학생 선택 프로그램 중점 모형)를 연구학교로 추가 지정해 자유학기제를 운영하게 했다.
이들 외에 자유학기제 희망 학교 37곳도 운영했다. 경구중 등 9곳은 진로 탐색 중점 모형을 운영했고, 경북대사대부중을 비롯해 14개 중학교는 동아리 중점 모형에 따라 자유학기제를 시행했다. 경명여중 등 13개교는 학생 선택 프로그램 중점 모형, 달성중은 예술체육 중점 모형 운영학교였다.
동변중은 1학년들을 대상으로 직장 체험 기간 외에는 오전에 기본 교과 수업을 듣게 하고 오후엔 뮤지컬 등 음악 6개 과정 중 2개, 미술과 체육 각 3개 과정 중 2개씩 선택해 익히도록 했다. 동변중 제갈태균 교장은 "이제는 교실 수업이 학생들이 스스로 꿈을 꾸고, 그 꿈을 디자인하고, 키워나갈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 돼야 한다"며 "예전엔 하고 싶은 것이 없거나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던 아이들이 진로를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희망을 본다"고 했다.
시교육청은 자유학기제가 안착할 수 있도록 자유학기제 지원단을 꾸렸다. 지원단은 직업 체험 인프라 구축, 수업과 평가 방법 개선 지원, 자유학기제 가이드북 제작 및 보급 등의 업무를 맡는다. 교육과정 전문가와 자유학기제 운영 경험이 있는 학교 담당자 등을 중심으로 컨설팅단도 구성, 관련 연수와 현장 지도에 나선다. 시교육청 측은 "대구 모든 중학교(124개교)에 1천500만원 안팎의 예산을 지원해 자유학기제를 정착시킬 것"이라고 했다.
◆우려와 기대
곧 자유학기제가 전면 시행되지만 이 제도를 둘러싼 우려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직업 체험 현장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에서부터 학력 저하, 사교육 열풍 등을 걱정하는 시선도 있는 게 사실이다.
대구 중학교 1개 학년은 어림잡아 2만5천 명인데, 이들이 한 학기 동안 직업 체험 현장을 집중적으로 찾는다면 그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달서구 한 중학교 관계자는 "시교육청이 다양한 기관, 단체, 기업 등과 업무협약을 맺었다고는 하지만 막상 협약을 맺은 곳과 접촉하면 잘 도와주지 않거나 이 제도 자체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직업 체험 현장을 얼마나 발굴해낼 수 있을지 고민이 크다"고 했다.
수성구 한 중학교 교사는 "아무래도 학부모들 중에선 아이들의 학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이들이 있다"며 "이 때문에 학부모들이 자유학기 중 너도나도 아이들을 학원으로 더 내몰면 사교육 시장만 더 커질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든다"고 했다.
반면 자유학기제의 긍정적인 효과에 기대를 거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천내중 손애향 교감은 자유학기제를 시범 시행하면서 학교에 활기가 돌게 됐다고 했다. 손 교감은 "학생들이 수업에 재미를 느끼는 등 학교생활을 즐거워 한다"며 "학생들로선 소질과 적성을 고려하면서 자신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가 돼 앞으로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상인중 또한 자유학기제에 대해 학생, 교사 모두 긍정적이다. 학생들은 "다양한 것을 경험해볼 수 있어 학교생활이 즐겁다"고 했다. 교사들은 "아이들의 수업 참여도가 높아졌다" "아이들이 만족해하는 모습에서 보람을 느낀다"며 반겼다.
시교육청 채위숙 장학사는 "자유학기제를 시범 운영한 학교의 경우 학생, 교사 모두 학교생활에서 만족감을 느끼는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자유학기제가 정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꾸준히 현장을 점검해 보완할 계획이다"고 했다.
채정민 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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