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에 대구 신천에서 수달 한 쌍이 발견됐다. 야행성 동물인 수달이 낮에 신천에서 목격된 것은 처음이다.
지난달 16일 오전 11시. 날씨가 춥지만 박원득(64'대구 범어동) 씨는 여느 때처럼 카메라를 매고 신천으로 향했다. 취미 삼아 수년간 신천을 찍어온 그다. 오늘은 어떤 장면을 담을까? 잉어 녀석 얼굴 좀 보자. 발아래 물속을 살폈다. 이때 멀리서 자맥질하는 이상한 움직임. 말로만 듣던 수달이었다. "이런 대낮에 웬 수달…." 다시 봤지만 틀림없었다.
숨죽인 채 렌즈를 응시했다. 두 마리였다. 바둑알처럼 까만 눈동자가 렌즈 속에서 마주쳤다. 수달은 한동안 꼼짝도 않더니 물가로 헤엄쳐 왔다. 인도 옹벽 아래 4~5m까지 다가왔다. 꼼짝도 못하고 숨소리도 죽였다. 체구는 모두 50㎝에서 1m는 돼 보였다. 두 발을 앙증맞게 들고 카메라가 신기한 듯 연신 머리를 갸웃거렸다. 사람을 보고 겁도 없었다. 보란 듯이 카메라 앞에서 재롱을 피우며 여유를 부렸다. 행동이 어찌나 귀엽던지 하마터면 웃음보가 터질 뻔했다.
물속 피라미 몰이도 수준급이었다. 놀란 피라미 떼가 혼비백산해 흩어졌다. 날쌘 솜씨로 잡은 피라미는 게걸스레 먹어치웠다. 10여 분이 흘렀을까. 수달 부부는 모델처럼 멋진 포즈를 선사한 뒤 하중도 숲 속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직접 찍은 사진을 제보해 온 박 씨는 그날의 즐거웠던 목격담을 털어놨다. 수달 보호를 위해 공개를 망설이다 제보하는 만큼 발견 장소는 비공개로 해달라는 단서를 달았다.
동물보호단체도 극히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신천이 이제는 가창댐과 금호강을 오가는 수달의 이동로에서 서식처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 신천이 수달도 살 수 있는 생태하천으로 거듭날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인구 250만의 거대 도시를 관통하는 하천에 수달이 함께 공존하는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다. 신천 수달 서식 생태조사를 해 온 최동학 대구경북야생동물연합회장은 "잉어, 메기, 피라미 등 먹이가 풍부한 데다 2~3곳에 발달한 신천 하중도(하천 가운데 발달한 섬) 숲은 수달 서식지 가능성이 높아 앞으로 정밀 조사할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이 소식을 접한 대구시는 곧 연말까지 신천에 대한 수달 서식생태 정밀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시 환경과 관계자는 "대낮에 신천에서 수달이 목격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 놀랍다"며 "현장 조사 후 수달 보호 대책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신천에는 지난 2005년 수달이 첫 발견된 이후 시민들의 관심과 보호 속에 현재 15마리 이상이 금호강과 가창을 오가며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달은 1982년 천연기념물 330호로, 2005년엔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으로 지정해 보호 중이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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