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여야, 김영란법 조속 처리 미루는 저의가 무엇인가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수수 방지에 관한 법)이 1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2월 임시국회로 넘어갔다. 여야는 지난 8일 김영란법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 소위를 통과했을 때 "조속히 처리하겠다"고 했으나 결국 빈말이 됐다. 김영란법의 통과를 어떻게든 늦추려는 저의가 읽힌다. 문제는 여야가 2월 임시국회에서는 최우선 처리하겠다고 했지만 2월 임시국회에서도 통과될지 확실치 않다는 점이다. 자칫 장기 표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무위는 12일 전체회의를 열어 김영란법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법사위는 이 법안을 상정하지 않았다. 법안이 법사위로 넘어오면 5일간의 숙려기간을 거치도록 한 국회법 규정을 들어 이상민(새정치연합) 위원장이 상정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이는 말 그대로 법안에 대한 '숙려'(熟慮)를 위한 것이라기 보다 김영란법 처리를 늦추기 위한 '이유 만들기'라는 인상을 풍긴다. 통과되면 여러모로 불편해질 수밖에 없는 국회의원들의 김영란법에 대한 저항감을 잘 읽을 수 있다.

김영란법의 조속 처리에 대한 법사위원들의 거부 반응은 이를 잘 보여준다. 이상민 위원장은 "(정무위가) 법안을 넘기면 (법사위가) 그냥 통과시켜야 하느냐, 법사위가 벽돌 찍어내는 공장이냐"고 했고, 홍일표 새누리당 간사는 "본회의 중 법사위를 소집해 통과시킬 정도로 긴박성이 있느냐"고 했다. 같은 당 김진태 의원도 "그렇게 시급한가, 천천히 보면 된다"고 했으며 노철래, 이한성 의원도 이에 동조했다.

국회의원들이 김영란법의 처리를 미루면서 내세우는 이유는 '과잉 입법' 논란이다. 공직자가 아닌 언론사와 사립학교, 대학병원 종사자 등을 적용 대상에 넣는 것은 너무 지나치다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깨끗한 사람은 '과잉 입법'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어떤 직종에 종사하든 자신만 부패하지 않으면 그 직종이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든 안 받든 무슨 상관인가. 그런 점에서 과잉 입법이 불만인 사람은 잠재적 부패자로 볼 수 있다. 1월 국회에서 김영란법을 뭉갠 정치권이 2월 국회에서도 그렇게 한다면 국민은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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