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기업하기 좋은 대구, 기초단체도 바뀌어야

지난연말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2014년 기업환경순위 및 규제지도'에서 지역 기초단체들이 좋지 못한 성적표를 받았다.

기초단체를 주 대상으로 한 평가로는 처음인데다 기업인들의 체감도 조사(규제합리성, 공무원 태도, 규제개선의지 등 5개 항목)와 경제활동친화성 분석(공장설립, 다가구주택 신축 등 6개 항목)이라는 주'객관적 방법을 병행한 점에서 그 신뢰성을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불필요한 행정규제를 푸는 일은 큰돈 안 들이고 기업 투자와 시민의 경제활동을 촉진하는 수지맞는 정책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정부는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이 문제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민간인들과의 끝장 토론도 불사하고 관련법의 대폭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대구시에서도 최근 '규제 제로-민관 협력 네트워크 간담회'와 전에 없던 '기업애로해결박람회'도 열린다. 규제개혁 1등 도시를 만들어달라는 대통령의 주문도 있었지만, 시장이 안 되는 행정을 가급적 되는 행정으로 바꾸자며 적극 독려한다니 고무적이다.

지난해 11월에는 교육당국과 학부모들을 설득하여 건전한 시설만 들어온다는 전제조건을 달고 최근 4년간 전국적으로 91건이 불허된 학교정화구역 내 비즈니스호텔을 수성구 지역에 허용하도록 한 바 있다. 활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는 지역경제 현실을 감안하면 이와 같은 모범사례가 이어졌으면 하는 것이 다수 시민의 바람일 것이다.

이런 와중에 228개 단체 중 기업체감도 76~206위, 경제활동친화성 93~202위의 성적은 참으로 뼈아프지 않을 수 없다. 경제활동친화성 평가에서는 광주와 대전 등 특'광역시 중 성적이 더 떨어지는 지역도 있어 할 말이 없진 않을 것이다.

자체 규제개혁팀을 가동하고 있고 공장설립 인'허가를 단 4일로 끝내는 등 부분적으로 앞서가는 단체가 있는가 하면 공장설립 75일, 다가구주택 신축 52일 등 인'허가 기간이 전국에서 손꼽힐 정도로 긴 단체도 있어 지역 내 편차도 평가돼야 한다.

하지만 도시계획위원회의 반복 심의를 제한하는 장치를 둔 곳이 한 곳도 없고, 타 지역에서 대부분 해제한 음식점 창업 시 계획관리지역 입지제한을 하나같이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점, 창업박람회를 개최하거나 기반시설을 지원한 실적이 전무한 점 등 낯부끄러운 실상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낮은 기업체감도만 하더라도 많은 기업이 이구동성으로 불만을 표하고 있다면 이는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닐 것이다.

대구시도 2013년 광역단체를 대상으로 한 대한상의 조사에서 특'광역시 중 앞서는 성적을 거두었다고는 하지만 살펴보면 고칠 구석이 적지 않을 것이다. 다만 지금까지 진행돼 온 규제개혁 작업이 광역단체의 부분적 협조로 중앙정부가 주도해왔고, 특히 열악한 지역사정상 일찌감치 기업지원행정을 최우선으로 하지 않을 수 없었던 시에 반해 기초단체들은 그동안 이 문제에 관한 한 어느 정도 무풍지대에 놓여 있었던 건 아닌지 진지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번 조사결과를 굳이 지도로 작성한 데는 전국적으로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투자처를 찾는 기업인에게 보다 유리한 지역을 안내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다는 점을 곱씹어봐야 한다. 정작 중요한 일은 소홀히 한 채 실속 없는 행사 등 선심성 소모성 사업에 행정력을 허비해온 건 아닌지 스스로 냉정히 짚어보기 바란다. 시와 구군이 함께 서둘러 전반적인 실태부터 파악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해주길 기대한다.

박성태/전 대구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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