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맛에 단골] 신원회 회원들 '본가장수촌'

고급 레스토랑 분위기서 토종닭 뜯는 맛이란…

토종닭을 판다고 해서 시골 마을의 작은 식당을 떠올려서는 안 된다. '본가장수촌'은 대형 외식 프랜차이즈 식당과 견줄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대표 메뉴는 토종닭과 오리, 누룽지 백숙. 규모만큼 양도 푸짐해서 세 사람 이상 어울려 먹어야 알맞다.

◆"닭 먹으며 옛 직장 추억 나눠요"

'신원회'는 옛 직장 동료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친목을 도모하는 도임이다. 모임 이름도 당시 다녔던 건설사 이름에서 따왔다. 본가장수촌 박인호(55) 대표도 신원회 회원으로 대학에서 건축학을 공부하고 건설업계에서 잔뼈가 굵었던 사람이다. 1980년대에 직장 동료로 인연을 맺은 신원회 사람들은 만나면 옛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1990년대에 이들이 다녔던 건설사가 대한중석으로 흡수 합병되면서 이름이 사라졌지만 지금도 만나면 옛 직장 생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비상계획부장, 토목부장 등 다양한 직책도 등장한다. 신원회 회장인 황은한(63) 씨는 "예전에 전쟁에 대비해 교량이 무너지면 이를 담당하는 비상계획부장이 건설사마다 있어서 을지훈련에도 참가했다. 저기 있는 분이 비상계획부장"이라며 멀리 앉아있는 한 회원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래도 맛에 있어서만큼은 '정'이 개입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2004년 본가장수촌이 문을 연 뒤 10년 넘게 꾸준히 찾는 이유는 맛 때문이다. 소원민(58) 씨가 먼저 토종닭 맛 칭찬을 펼쳐놓았다. 누룽지백숙 한 마리를 시키면 3명이 거뜬히 먹을 정도의 양이 나온다. 소 씨는 "압력솥 장치로 닭을 조리해서 그런지 닭살이 텁텁하지 않고 부드럽다"고 말했다. 이 집 닭 맛의 비결은 조리법도 조리법이지만 핵심은 신선도다. 본가장수촌이 말하는 좋은 닭의 기준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금방 도계한 것이다. 대구 이현공단 근처 도계장에서 매일 아침 싱싱한 닭을 공급받는다. 다른 재료를 선택하는 데도 정성을 쏟는다. 주요 양념인 젓갈은 남해에 가서 직접 공수한다.

누룽지 백숙은 본가장수촌이 내세우는 별미다. 특허받은 별도의 솥으로 백숙을 끓이면서 누룽지를 만든다. 김황연(60) 씨는 "밥솥에 있는 누룽지를 긁어먹는 맛과 비슷하다. 닭도 맛있지만 누룽지 맛이 기가 막히다"며 숟가락을 들었다. 이날 식탁에는 오리 바비큐도 올라왔다. 오리 고기는 보통 기름이 많지만 본가장수촌 오리 요리는 가마에서 고기를 구워 기름기가 적은 것이 특징이다. 김 씨는 "지방이 적어서 먹는 데 편리하고 뒷맛이 깨끗하다. 술안주로도 딱"이라고 말했다.

◆편안하게 앉아 건강식 먹는 레스토랑

본가장수촌은 널찍하다. 테이블 수만 85개, 좌석 수로 계산하면 340석이다. 또 빔 프로젝터가 설치된 '사또 집무실'은 손님 100명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큰 규모로 식당을 운영하는 데는 과감한 투자가 필요했다. 박 대표가 2004년 아파트를 판 돈에 회사 퇴직금까지 보태 본가장수촌을 세웠다. 이 식당은 경기도에 가맹본부가 있는 체인점이다. 건설회사에서 일했던 박 대표가 전공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업종에 전 재산을 쏟아부은 것은 그만큼 본가장수촌의 '맛'을 신뢰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에서 일하며 전국으로 출장을 많이 다녔어요. 충북 음성에서 우연하게 들른 식당이 본가장수촌이었어요. 거기서 본 닭 맛을 혼자 알기엔 아까워서 대구에 있는 가족과 지인들을 데려가서 자주 먹었고, 나중에 회사를 나오면 꼭 이 식당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가맹점을 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가족 위주 가맹점을 운영하는 본가장수촌이 "남에게 가맹점을 내주면 똑같은 맛을 내기 어렵다"며 박 대표의 제안을 거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엮일 인연은 다시 오기 마련이었다. 박 대표는 "한 다리를 건너니 우리 장모님 친척이 본가장수촌 사장님이었다. 그래서 마침내 대구에 본가장수촌 가맹점을 내게 됐다"고 웃으며 설명했다.

박 대표는 본가장수촌이 고객들이 편안하게 건강한 우리 음식을 즐기는 장소가 되길 바란다. 그는 "토종닭이 허름한 시골집에서 먹어야 제 맛이 나는 게 아니다. 본가장수촌에서 고객들이 패밀리 레스토랑처럼 편안하게 주차하고, 널찍한 공간에 앉아서 가족들과 함께 건강식을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누룽지백숙 닭(3만9천원), 누룽지백숙 토종닭(4만2천원), 누룽지백숙 오리(4만8천원), 전복(7만9천원'예약 필수), 오리바비큐(4만7천원), 메밀막국수(1만3천원)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10시(설, 추석 전날 및 당일 휴무)

▷규모: 340석

▷주차: 별도 주차장. 60대 수용 가능

▷문의: 대구 북구 고성3가 126-1, 053)

958-9999

◆'이맛에 단골!' 코너는 독자 여러분의 참여로 이뤄집니다. 친목단체, 동창회, 직장, 가족 등 어떤 모임도 좋습니다. 단골집을 추천해주시면 취재진이 소정의 절차를 거쳐 지면에 소개해 드립니다.

▷문의 매일신문사 특집부 053)251-1582~4, 이메일 weekl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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