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기자가 찾은 안동 옥동 한 아파트 화단. 이곳은 전날 검찰의 추격에 쫓기던 김모(38) 씨가 자신의 14층 아파트에서 떨어져 숨진 현장이다. 화단 옆에 뭔가가 있었다. 김 씨의 안경이었다. 김 씨의 형(42)은 "동생 것이 맞다. 쫓기다 죽은 것도 안타까운데 수사기관이 유류품도 제대로 챙겨주지 않다니…"라며 말끝을 흐렸다.
벌금 미납 수배자로 검찰에 쫓기던 중 자신의 아파트에서 추락사한 김 씨의 사연과 관련, "추격이 꼭 그래야만 했나"라는 아쉬움이 번지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 2012년 유사휘발유 판매 및 유통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월을 선고받았다. 수형생활을 하던 김 씨는 2심에서 벌금 2천100만원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그러나 벌금을 내지 못해 수배자 신세가 됐다. 김 씨의 공소시효는 오는 5월 만료될 예정이었다.
27일 오후 대구지검 안동지청 소속 수사관 3명은 김 씨를 붙잡기 위해 아파트를 찾았다. 김 씨가 집 안에 있는 것을 확인한 수사관들은 문을 두드려도 대답이 없자 열쇠 수리공을 불러 문을 따기 시작했다. 김 씨는 발코니를 통해 이웃집으로 달아났다가 주인에게 들켰다. 신고를 받은 수사관들이 옆집으로 뛰어들어갔고, 당황한 김 씨는 발코니를 통해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려다 추락했다.
일선 수사관들은 검거 과정에서 신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 경찰관은 "도망갈 곳이 없는 상황이라면 무작정 문을 따고 들어갈 것이 아니라 밖으로 나오도록 유도하는 게 수사기법"이라고 했다.
유족들은 김 씨가 치매와 중풍으로 거동이 불편한 모친(80)을 2년 전부터 간호했다고 전했다. 아픈 어머니를 돌보다 보니 벌금을 낼 형편이 못됐다는 것이다. 김 씨는 29.7㎡(9평) 크기의 임대아파트에서 낮에는 어머니를 돌보고, 밤에는 노래방에서 일했다. 김 씨의 어머니는 지난달 26일 심장질환으로 세상을 떴다.
대구지검 안동지청 관계자는 "김 씨가 바깥출입을 하지 않아 소재 파악이 어려웠다"며 "법적 절차에 맞게 검거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안동 전종훈 기자 cjh4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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