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빈 그릇 없는 회·피자·족발…'배달퀵' 전성시대

불황 여파로 음식 주문 줄자 배달 대행업체 이용 보편화

대구 달서구 상인동에서 떡볶이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60) 씨는 얼마 전 배달원을 내보냈다. 대신 주문이 들어오면 배달퀵을 이용하는데, 그는 "주문 손님에게 음식값 외에 추가로 퀵비 3천원이 든다고 말한 뒤 승낙하면 퀵으로 음식을 배달한다"고 했다.

김 씨는 전체 매출의 30% 정도가 배달 주문인데, 이를 위해 배달원을 쓰면 한 달에 200만원의 인건비와 함께 오토바이 보험료, 기름값 등이 들어 퀵을 이용하면 훨씬 편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이득이라고 했다.

불황 여파에 음식점 배달원들이 사라져 가고 있다.

경기 침체로 배달 주문이 줄어들자 음식점 업주들이 인건비라도 줄여보고자 배달원들을 내보내고,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퀵'을 이용하면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배달퀵은 주문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배달 한 건당 일정 요금만 지불하면 돼 편리하면서도 훨씬 경제적이라 점차 확산 추세다.

배달퀵으로 돌아선 음식점 업주들은 "벌이는 시원찮은데 점포세, 식재료비는 오르는 상황에서 배달원을 고용해 배달 주문이 들어오기만을 기다릴 수 없어 최근에 배달퀵을 이용하는 가게가 많아졌다"며 "비용뿐만 아니라 배달원이 사고를 당했을 때의 사고 수습, 배달원 교육의 부담까지 덜 수 있어 여러모로 편리한 점이 많다"고 했다.

대구에서 이런 음식배달대행업체는 업계 추정으로 10여 개, 일반 퀵서비스까지 다하면 수십 개 업체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음식점 업주들은 배달 주문이 있으면 이 업체에 연락해 배달을 대행하도록 하는데, '콜비'라 부르는 일정 금액의 배달 수수료만 지급하면 된다. 콜비는 배달 거리, 무게 등에 따라 책정되는데 대구지역에서는 보통 2천~3천원 선이다.

업주들은 주문 시 이를 알려 손님에게 추가 요금을 내도록 하기도 하고, 일정 금액 이상을 주문하면 업주가 대신 내주기도 한다.

달서구 월성동에서 피자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최모(54) 씨는 "배달업체는 주변 지리에 익숙한 배달원을 활용하기 때문에 배달이 더 빠르고, 배달이 몰릴 때 많은 배달원을 한꺼번에 이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했다.

대구의 한 배달대행업체 관계자는 "음식 단가가 비교적 높고 빈 그릇을 다시 가져와야 할 필요가 없는 회, 피자, 족발 전문점 등에서 주문이 많이 들어온다"고 했다.

허현정 기자 hhj224@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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