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락가락 정부 '之'자 정책 제자리 찾을까

뒤늦게 정책조정·점검 강화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이 1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 정책의 효율화를 위한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이 1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 정책의 효율화를 위한 '내각-청와대간 정책조정협의회'를 신설하는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정부는 각 부처 장관들과 청와대 수석들이 참가하는 정책조정협의회를 통해 최근 대두된 정책 혼선을 막고 효율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연합뉴스

정부 주요 정책이 시행도 못해보고 표류하고 있다. 강한 의지로 추진하려다 중단된 주요 정책이 지난달만 해도 3건에 이르며 앞으로 진행될 굵직한 정책 과제도 바람 앞의 등불이다. 시류에 따라 갈지자 행보를 보이는 정책이 계속될 경우 정부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국정 동력 상실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뒤집힌 주요 정책들

최근 정부 정책이 뒤집힌 정책은 연말정산과 주민세·자동차세 인상, 건강보험료 제도 개편 등이다. 연말정산은 봉급생활자를 중심으로 국민적 반발에 부딪혀 정부가 새로운 방향을 모색 중이고 주민세와 자동차세는 지역주민과 지자체에 제동이 걸려 후퇴하는 분위기다. 건보개편 백지화 역시 고액소득자의 형평성 논란으로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정부 정책 혼선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핵심 개혁 과제로 꼽히는 공무원 연금의 경우 개혁 대상인 공무원 사회의 집단 반발로 제대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으며, 노동개혁 역시 노조의 반발로 휘청거리고 있다. 교육개혁 역시 교직원은 물론 학부모들의 중론을 모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의지를 갖고 추진하려던 정책을 다시 주머니에 주어 담는 모습을 반복하자 산뢰와 동력을 잃고 향후 추진할 개혁 과제에도 악영향을 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세수 부족으로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지출 여력도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여론에 밀리기만 한다면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 훼손이라는 악순환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관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진단도 제각각

정홍원 국무총리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틈만나면 '국정'과 '홍보'를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홍보가 되지 않으면 제대로 추진하기도 어렵거니와 아예 추진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정 총리는 최근 "정책은 그 특성상 100%에게 만족을 줄 수 없다. 만족하는 자들을 최대한으로 늘리는 것 뿐이다"며 "훨씬 많은 사람에게 이득이 돌아가는 정책이라면 정부가 적정한 시기를 선택해 국민을 설득해가며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부처 간 협의, 당정간 협의가 부족한 데서 원인을 찾고 있다. 특히 청와대의 정책 조정 기능이 고장나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청와대가 나서서 정책 내용부터 발표 방식, 발표 시기 등을 면밀하게 조정해야 하지만 무슨 연유인지 그런 시스템이 도무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컨트롤타워 만들어야

정책 회군 현상이 여전하고 진단도 제각각인 가운데 청와대와 내각이 '정책조정협의회'와 '정책점검회의'를 신설해 정책조정 기능을 강화하기로 했다. 당·정·청 간 긴밀한 협의체나 컨트롤타워를 만든 것은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그렇지만 일각에서는 "중요한 것은 역시 역대 정권처럼 대통령을 중심으로 시스템이 돌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대통령은 장관 보고를 수시로 받고 인사권도 주고, 부처간 혹은 당정간 잡음이 나면 바로 조치하는 찰떡 공조가 시급하다는 것.

특히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과 소통을 강화하는 점도 중요하다. 새로운 여당 원내대표와 정책위 의장을 중심으로 당·청이 만나 이견의 틈을 없애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일련의 정책 난맥상이 사라진다는 견해다.

정부 한 관계자는 "최근 건보료 개선안 백지화 과정을 짚어보면 보건복지부가 비서실장이나 경제수석을 거쳐 대통령 재가를 얻는 과정에서 당정 협의가 생략돼 갈등이 커진 것"이라며 "집권 2년간 대통령 지지율이 여당 지지율보다 높았을 때는 힘으로 밀어붙였으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져 혼선이 빈발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박상전 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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