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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주민들 다 죽겠다"… 여객선 끊기고 관광객 줄며 울릉도 '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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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울릉도- 포항을 운항한 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 총 4기 엔진 중 1기 엔진이 기관고장으로 지난 4월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매일신문 DB
경북 울릉도- 포항을 운항한 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 총 4기 엔진 중 1기 엔진이 기관고장으로 지난 4월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매일신문 DB

"이러다 주민들 다 죽는다."

여객선 운항 중단이 잇따르면서 울릉도 주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관광객 감소가 이어지는 가운데 해상 교통마저 불안정해지자 일부 주민은 군청 게시판에 항의 글을 올리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울릉군청 홈페이지에는 지난 6일 '여객선 문제 이유를 막론하고 정상화돼야 한다'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울릉군수님, 국회의원님, 도의원님, 울릉군 의원님들, 수산과장님. 후포배 사라지고, 강릉배 곧 사라지고, 엘도라도 휴항 중"이라며 "누구의 책임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다 주민들 다 죽겠다. 신속하게 조치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현재 울릉도와 육지를 잇는 주요 노선은 포항~울릉 울릉크루즈(야간 출항, 소요 시간 약 13시간), 대저페리 썬라이즈호(3시간 30분), 강릉~울릉 씨스타 계열 여객선(약 3시간), 묵호~울릉 씨스타1·3호(2시간 40~50분), 후포~울릉 씨플라워호(약 2시간 20분) 등이 있다.

현재 후포항에서 울릉도를 오가던 에이치해운의 여객선은 경영난으로 운항이 중단됐다. 포항항과 울릉도를 연결하던 대형 쾌속선 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정원 970명)는 기관 고장으로 지난 4월부터 휴항 중이다. 운항사인 대저페리는 같은 계열사인 대저해운의 썬라이즈호를 8월 29일부터 임시 투입했지만, 해당 선박의 정원은 442명으로 대체 수송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강릉항에서 출항하는 씨스타5호는 접안시설 사용 허가 연장을 놓고 강릉시와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운항이 중단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배상용 울릉군발전연구소장은 1일 울릉군청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가 여객선 적치율 제도를 폐지하면서, 자금력이 부족한 신생 선사들이 난립하여 늘어난 여객선 수로 인해 선사들 모두가 피해자가 됐다"고 주장했다.

배 소장이 언급한 '썬플라워 크루즈'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 선박은 후포항과 울릉도를 연결하며 운항해왔지만, 지난달 29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9월부터 휴항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공지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적극적인 영업 및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2022년 이후 지속된 관광객 감소로 인한 누적 적자와 경영 악화로 휴항이 불가피해졌다"고 했다.

그는 해운 공공성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준공영제' 도입을 제안했다. 그는 "연간 30~50만명 수준의 울릉도 관광객수에는 여객선 수가 너무 많다"며 "울릉군에서 노선을 소유하고 적정한 선사를 공모해서 경영을 위탁하고 적정선의 이윤을 보장해주는 여객선 준공영제의 시행"이라고 주장했다.

울릉도를 찾는 관광객 수는 최근 몇 년간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 46만1375명이던 관광객 수는 2023년 40만8204명, 2024년에는 38만522명으로 줄었다. 특히 올해 7월까지 울릉도를 방문한 관광객은 20만9006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23만1325명)보다 2만명 넘게 줄었다. 울릉군은 이 같은 감소 배경으로 코로나19 이후 해외여행 수요 증가와 함께 여객선 운항 차질을 꼽고 있다. 그러나 실제 방문객들은 울릉도의 높은 물가도 방문을 꺼리는 이유로 지목한다.

울릉도는 육지에 비해 기름값이 리터당 300원 이상 비싸고, 렌터카 요금 역시 두 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에는 한 식당이 지방 부위가 절반가량 포함된 삼겹살을 1인분(120g)에 1만5000원에 판매해 유튜버를 통해 논란이 불거졌고, 같은 달 말엔 한 택시 기사가 관광객에게 예상 요금의 두 배에 이르는 금액을 청구하는 장면이 영상으로 공개되기도 했다.

이에 울릉군의회와 울진군의회는 지난달 말 공동으로 여객선 중단 사태에 대한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들은 ▷해양수산부 등 중앙정부 및 관계기관에 대한 공동 건의 및 대응 방향 모색 ▷해상여객운송사업의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한 행정·재정적 지원 검토 ▷상대적으로 낮은 운항비용의 쾌속선 투입 가능 여부 등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울릉군의회 이상식 의장은 당시 "해상 교통은 울릉군민에게 없어서는 안 될 기반 시설"이라며 "지속 가능한 해상 여객 운송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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