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시장 뒤통수 치고…수도권 떠난 포스코LED

"포항생산공장 둥지 남겠다" 6개월전 李 시장에 거짓 약속

포스코LED 포항공장이 경기도 기흥으로 떠나버리자 텅 빈 복도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박승혁 기자
포스코LED 포항공장이 경기도 기흥으로 떠나버리자 텅 빈 복도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박승혁 기자

4일 포항시 남구 장흥로 포스코LED 포항공장. 2일 공장이 경기도 기흥으로 모두 떠난 뒤라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공장은 불이 꺼져 있었고, 사무실에는 직원 2, 3명이 컴퓨터만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대부분의 직원이 기흥으로 갔고, 영업직원 몇 명만 남아있을 뿐이라고 했다.

포스코ICT 자회사 포스코LED가 2일 멀쩡히 돌아가던 포항공장(2012년 3월 가동)을 뜯어 경기도 기흥으로 소리 소문 없이 옮겨버리자, 포스코와 이강덕 포항시장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이 시장이 지난해 8월 포스코ICT가 포항 본사에 남은 구매인력 6명을 '업무효율화'를 이유로, 판교사무소로 보내려는 것(본지 8월 28일 자 2면 등 보도)을 강력 저지하며 '지속적인 포항투자'를 약속받은 바 있기 때문에 포스코LED의 수도권 이전이 상당히 충격적이다.

당시 포스코ICT는 본사 기능 축소를 우려하며 회사를 방문한 이 시장에게, "포스코LED 공장이 포항에 둥지를 틀었다. 앞으로 50명이 넘는 일자리를 창출해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고, 앞서 거론된 구매인력 6명도 포항에 남기겠다"는 약속으로 이 시장을 다독였다.

이 시장도 "53만 포항시민들이 포스코에 많은 도움을 줬는데, 도리를 저버리고 지역을 떠나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포스코ICT에 섭섭함을 전했고, 공무원들에게는 "지역경제를 위태롭게 하는 조짐이나 징후에 대해 즉각 대응하라"고 지시하며 사태를 일단락지었다.

하지만 포스코ICT는 최근 가격경쟁이 치열한 시장공략을 위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등 아웃소싱 생산방식을 강화하고 물류비를 절감한다며 포스코LED 포항공장을 경기도 기흥으로 옮겨버렸다. 포항시와 사전 협의도 전혀 없었고, 포항시도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결국 앞서 포항에 LED 공장을 주겠다며 본사 이전설을 불식시켰던 약속을 6개월 새 뒤집은 것이다.

포스코LED 관계자는 "LED 시장의 선점을 위해 브랜드 인지도 향상에 도움이 되는 수도권으로 영업에 무게가 실리게 됐다. 아웃소싱 생산 방식 등을 강화하는 동시에 물류비 절감 등을 통해 기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수도권 이전이 결정됐다"고 했다.

이에 대해 포항경실련은 "포항시가 신규기업 유치를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지역기업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피고 대응능력을 높이겠다는 말이 다 헛구호였음이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났다"며 "기업유치를 부르짖을 게 아니라, 있는 것이라도 잘 지켜야 한다"고 했다.

한편 포스코LED는 포스코ICT 63.3%, 서울반도체 20%, 포스코가 16.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포스코가 모회사인데다 지분이 있기 때문에 이번 경기도 이전에 대한 책임론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포항 박승혁 기자 psh@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