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A씨는 골프백 안에 명찰을 10개 가까이 두고 매번 골프장에 갈 때마다 명찰을 바꿔 단다. 자신이 비용을 부담해서 치는 골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본명은 절대 쓰지 않는다. 같은 직장에 있는 사람들도 이보다는 덜하지만 아들 이름, 친구 이름이 적힌 명찰을 들고 다닌다.
#대기업도 골프에 대해 엄하기는 공직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 최대 규모 기업 중 한 곳이지만 이 회사 부장급 직원들은 원칙적으로 골프를 치지 못한다. 임원들만 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 회사 부장급 직원들 역시 가명을 쓴다. 아무래도 남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운 탓이다.
◆골프장뿐 아니라 서비스업계 전반 들뜬 분위기
골프가 대중화 바람을 많이 탔다고 하지만 여전히 '골프 치러 간다'고 하면 색안경을 쓰고 보는 이들이 많다. 호화'사치라는 수식어가 항상 골프라는 단어 앞에 꾸미는 말로 따라붙는다.
특히 공무원들은 골프 때문에 구설수에 오르는 사례가 워낙 많다. '감찰'감사 떴다'는 얘기가 골프장에서 들리면 씻지도 못하고 줄행랑을 치는 공무원들이 적잖고, '북한 도발' 등 큰 뉴스가 터지면 골프장은 갑자기 텅 빈다. 공무원들이 약속 펑크를 내면서 무더기 예약 취소가 쏟아지는 탓이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사실상 '골프 해금령'을 시사하면서 "골프 활성화 방안을 만들라"고 지시까지 내리자 골프장은 물론, 관광업계와 호텔'콘도'식당 등 서비스업 관계자들이 일제히 들뜨고 있다. 골프가 만들어내는 소비가 대단한 위력을 발휘한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경주 경기, 바닥 치고 일어날 듯
경상북도 내에서 가장 많은 골프장이 있는 경주권. 이곳은 4일 '골프장 해금' 소식이 알려지자 일제히 반색하는 분위기였다. 27홀 규모 경주컨트리클럽 김상목 대표는 "공직자들이 그동안 골프를 하면 사치성 운동으로 치부돼 드러내고 골프를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는데 이번 조치로 이러한 인식이 많이 불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경주는 지난해 세월호 사건 및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로 관광 경기가 크게 위축됐는데 이번 공직자 골프 금지령 해제는 관광 경기에 불을 지필 수 있을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경주 현대호텔 한 관계자는 "지난해 잇단 대형 사고로 관광 경기가 바닥을 헤맸는데, 이번 조치는 움츠렸던 관광 소비심리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골프 금지령 해제는 관광 경기 전반에까지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보문골프클럽, 골프 해금령에 기대 만발
경북관광공사가 운영하는 18홀 규모 보문골프클럽은 당장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관광공사는 경북도가 운영하는 골프장이어서 그동안 공직자 골프 금지령이 나올 때마다 직격탄을 맞았는데, 이번 조치로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공사 관계자들은 기대한다.
실제로 보문골프클럽은 지난 2012년 연매출 135억원을 기록했으나 골프 금지령이 강화된 2013년 129억원(내장객 10만5천451명)으로 매출과 내장객이 줄었고, 지난해에도 128억원 매출에 내장객 10만4천493명으로 또다시 하락세를 보였다.
보문골프클럽 관계자는 "우리는 다른 골프장과 달리 경북도 출연기관이어서 공직자 골프 금지에 굉장히 민감할 수밖에 없다. 다른 골프장도 대놓고 말은 못 해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골프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산업 보호를 해주면 골프장 매출도 올라가겠지만 식당'숙박업소 등 관광산업 전체가 벌떡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세율 인하도 함께 고려해야"
한국골프장경영협회 관계자도 "이번 대통령의 발언으로 골퍼들에게 심리적 부담을 덜어 준 것이 가장 큰 효과"라며 "그간 위축됐던 경기가 회복되면 좋겠다"고 했다.
인터불고 경산CC 최만수 상무는 "골프장은 내수 경기, 고용 등에 큰 영향을 미치는 등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할 서비스산업임에도 불구, 그동안 충분한 인정을 받지 못했다"며 "세율인하도 함께 이뤄져 관광산업이 활성화됐으면 한다"고 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서천범 소장은 "골프를 스포츠로만 인식할 것이 아니라 '산업'으로 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그러나 골프장 업계가 요구하는 세율인하는 회원제 골프장 구조조정이 끝날 것으로 보이는 4, 5년 뒤에 시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경철 기자 koala@msnet.co.kr
경주 이채수 기자 cslee@msnet.co.kr
경산 김진만 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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