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냐 복지냐를 두고 청와대, 정부, 정치권의 시각차가 크다. 증세 없이 복지를 축소할지, 복지구조를 유지하면서 증세를 할지, 증세를 한다면 어떤 항목에서 할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대구 동을)는 증세에 전향적이다. 원내대표 경선 전후로 수차례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한 현 정부의 기조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꾸준히 강조했던 그는 5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우리가 세금을 올려야 한다면 법인세도 성역이 되어선 안 된다"고 했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 직후 "세금을 올리는 것도 어렵지만, 줬던 복지를 빼앗는 것은 더 어렵다"고 언급, '증세 없는 복지' 문제를 복지 축소 문제로 이끌어가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다.
세제 관련 논의를 맡은 정희수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영천)과 나성린 정책위 수석부의장도 법인세율 한시 인상 등 증세에 긍정적이라고 전해진다.
증세보다는 복지 축소를 먼저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3일 교섭단체 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며 정치인이 그러한 말로 국민을 속이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한 바 있다. 하지만 여당 투톱의 견해는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김 대표는 5일 한국경영자총협회 초청 연찬회 뒤 "법인세 인상은 제일 마지막에 할 일"이라며 "복지 과잉으로 국민이 나태해지고 부정부패가 올 수 있다. 선별적 복지를 해야 한다"면서 증세보다는 복지 구조조정을 강조했다.
정부는 논의에서 한발 물러섰다. 전날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여야 정치권과 국민 인식이 다 다르다. 합의가 먼저 성립돼야 재원조달을 어떻게 할지 논의될 것"이라며 "여야가 논의를 공론화하면 정부도 그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했다. 복지 문제 해법을 정치권에 주문한 셈이다. 증세에 대해선 부정적이다. 최 부총리는 "지하경제 양성화나 세출 구조조정 등을 통해 세수를 올리되 그래도 안 되면 마지막 수단으로 증세를 검토할 수 있다"면서 "아직 마지막 상황까지 간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법인세 인상에 대해서도 "외국이 내리는 추세"라면서 선을 그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공식적인 입장은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8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재원 확대를 위한 '부자 증세'에 입을 모으는 분위기다.
새정치연합 유력 당권주자인 문재인 국회의원은 "부자 감세를 철회해 고소득층'대기업이 세금을 더 내도록 해야한다"면서 "중(中) 부담, 중(中) 복지로 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복지 정책 기조에 변화를 주는 대신 부자 감세 철회로 세수를 확보하자는 뜻이다.
또 다른 당권 주자 박지원 국회의원은 정부'여당의 복지 축소를 견제하고 오히려 복지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증세에 대해선 "법인세와 종합부동산세를 정상화해 10조원을 복지예산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선별적 복지에 찬성하는 쪽이다. 5일 한 방송에서 "유아교육'보육, 무상급식 등은 기본적 복지로 축소돼선 안 된다. 이 분야는 손대지 않고, 다른 부분의 선별적 복지를 하는 것에 찬성한다"고 했다. 증세에 대해선 "부가가치세와 개인소득세 등 서민 증세에 반대하면서 법인세율 정상화로 세수 부족사태를 해결하자"고 강조했다.
한편 우 원내대표는 전날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증세와 복지재원 문제를 논의할 국회 범국민조세개혁특위 설치를 제안했다.
이에 대해 유 원내대표는 "야당이 여야 합의로 국민 의견을 수렴해 합의해보자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면 일단 환영"이라면서도 "원내대표'정책위의장단이 꾸려지는 대로 세금'복지 문제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해 신중하게 접근할 뜻을 비쳤다.
'증세 없는 복지'는 여당 내에서도 이견이 많다. 야당은 전당대회 뒤에야 본격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가 여야 협상 테이블에 오르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