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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는 뭐할라고…" 456점 기증 김인한 회장은 누구?

투자와 거리 먼 순수 애호가, 지역미술계 '키다리 아저씨'

대구미술관에 미술품 456점을 기증해 화제를 불러일으킨 김인한 유성건설 회장.
대구미술관에 미술품 456점을 기증해 화제를 불러일으킨 김인한 유성건설 회장.

김인한 유성건설 회장이 애써 모은 456점의 미술품을 대구미술관에 기증한다는 소식(본지 5일 자 1, 3면 보도)이 알려지면서 김 회장이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안동 출신으로 경주와 대구에서 사업을 키운 김 회장은 공개적인 대외 활동을 많이 하지 않아 은둔형으로 통한다. 건설업계나 미술계에서도 그에 대해 잘 아는 이가 흔치 않다. 그래서 매일신문의 미술품 기증에 대한 보도가 나간 뒤 김 회장이 누구냐는 문의가 많았다. 그러나 김 회장은 매일신문의 인터뷰 요청에 대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정중히 거절했다.

김 회장은 대구를 대표하는 컬렉터 중 한 명이다. 일반적으로 미술품을 수집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작품이 좋아서 구입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투자 목적으로 작품을 사는 경우다. 지역 미술계 인사들의 말을 들어보면 김 회장은 전자에 속한다. 미술품이 투자나 증여를 위한 '괜찮은' 수단이 돼 버린 세태에서 볼 때 김 회장의 결단은 이채롭다.

그가 미술품 수집에 나선 것은 수십 년 전부터다. 고등학교 때 이과 쪽 대학 진학을 준비하던 김 회장의 딸인 김은아 우손갤러리 대표가 미대에 진학한 것도 아버지 때문이다. 김 대표는 미술대학원을 거쳐 미술 선진국에서 미술과 미술관 경영 공부를 했다. 김은아 대표는 "아버지로부터 앞으로는 문화의 시대가 올 것이다. 인생을 멋지게 살려면 네가 그쪽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어릴 때부터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고 말했다. 또 대구지역 갤러리 대표들은 "오랫동안 김 회장을 지켜본 결과, 김 회장은 그림이 좋아서 작품을 수집하고 있다. 주변 사람들의 만류에도 작품 수집을 멈추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만일 투자 목적으로 작품을 수집했다면 그렇게 오랫동안 꾸준히 컬렉팅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 회장의 미술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갤러리 운영으로 이어졌다. 회사를 방문하는 사람들을 위해 대구 수성구 만촌네거리 인근의 유성건설 사옥에 우손갤러리를 마련해 소장하고 있는 작품을 전시했다. 이후 우손갤러리는 좀 더 확장된 모습으로 2012년 5월 봉산문화거리에 문을 열었다.

김 회장은 지역 미술 발전에도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치열하게 작업을 하는 작가,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구입하거나 금전적 지원 등을 통해 이들의 창작 활동을 후원했다는 것. 지역의 한 중견작가는 "김 회장과 10년 넘게 교류해 오면서 느낀 점은 정말 미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려운 작가들이 있으면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나도 많은 지원을 받았다. 이것이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김 회장의 진면목"이라고 강조했다.

오랫동안 관심을 갖고 작품을 수집했기 때문에 작품을 보는 안목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회장은 초창기엔 구상 회화 위주로 작품을 수집했지만, 지금은 컨템포러리 작품(현대 작품)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김 회장이 꾸준히 컬렉팅을 하는 대상이 있다. 바로 한국 작가, 특히 지역 작가들의 작품이다. 이번에 기증된 작품의 절반 정도가 지역 작가 작품이라는 사실은 지역 미술에 대한 김 회장의 애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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