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 원전 폐로가 그렇게 만만한가

경주 월성1호기가 12일 재가동 여부 심의에서 영구정지(폐로)로 결정되면 어떻게 될까? 일단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폐로에 대한 자신감이 대단하다.

당장 폐로가 결정돼도 방사선 저감 기간 5년이 있으니 준비할 시간이 충분하며, 현재 보유한 해체 기술력도 선진국의 70%가량이라고 밝힌다. 무엇보다 폐로 과정에 투입될 돈에 대해 자신감이 넘친다. 실제로 한수원은 지난해 12월 12일부터 31일까지 3주도 채 안 되는 기간 중 폐로자금 6천33억원을 현금으로 동원하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었다.

그간 한수원은 폐로자금 문제에 대해 필요할 경우 충당부채(퇴직금 지급처럼 미래에 자금이 필요할 때 회사나 은행을 통해 마련하는 돈)를 늘리면 된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해왔다. 이번에 마련된 폐로 현금도 한수원이 충당부채를 2.8% 늘려서 만든 것이다. 이미 충당부채가 10조원을 넘어섰지만, "회사 여력상 언제든 자금 조달이 가능해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돈은 일단 제쳐 두더라도 한수원이 그렇게 자신만만해할 만큼 폐로가 간단한 문제일까? 미국은 기술력도 확보했고, 원전 가동 중에 폐로자금 적립도 했지만 폐로 이후 핵폐기물 처리를 못 해 도심공동화 현상을 겪고 있다. 겨우 1960년대 3년가량 운영한 소규모 원전을 화력발전소로 바꾼 것이 그나마 성공한 모델이고 나머지 원전지역은 폐로 이후 신성장산업을 찾지 못해 허덕이고 있다. 미국 에너지솔루션 등 폐로 전문회사들도 "한국은 폐로를 위해 원전 선진국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전체 과정을 컨트롤할 능력도, 돈도 없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일본도 폐로 때문에 곤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애초 후쿠시마 원전(100만㎾급) 해체 비용은 3천680억원 정도로 예상됐지만 사고 이후 265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하게 됐다. 원전 내 방사능물질 제거 작업이 난항을 겪으면서 공정도 크게 늦어지고 있다.

원전 해체에는 많은 변수가 따르기에 신중하고 조심스러워야 한다. 원전 해체가 '장난감 레고' 해체하듯 뚝딱 이뤄진다면 전 세계가 이를 고민할 리 없다. 원전 정책을 결정할 때마다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하는 것이 바로 폐로다. 지금껏 우리는 그런 고민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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