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사상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역사가 여러분에게 아무것도 가르치지 못한 것입니다. 폭군들은 전에 종종 이런 일을 시도했지만 사상은 그들의 권력 밑에서 봉기했고, 그들을 파괴했습니다. 내 책과 유럽 최고의 정신이 담긴 사상은 이미 오랜 시간 백만 가지 통로로 스며들었고, 계속해서 다른 사람의 가슴을 뛰게 할 것입니다."
1933년 나치의 야만적 분서(焚書) 소식을 듣고 헬렌 켈러가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독일학생조직에게'라는 공개서한의 일부다. 분서는 괴벨스의 지시를 받은 독일학생연합이 실행에 옮겼는데 헬렌 켈러의 저서를 포함, 모두 2만5천 종의 '비독일적' 책이 불살라졌다. 하지만 이후의 역사는 헬렌 켈러의 말대로였다. 나치는 모두 1억 권의 책을 불태웠지만 그 속의 사상과 정신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오랜 시간 백만 가지의 통로'를 통해서.
이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샹폴리옹에 의한 고대 이집트어의 부활이다. 이교도의 모든 것을 소멸시키려 했던 기독교는 로마의 강력한 힘을 빌려 이집트 문자를 강제로 없애고 24개의 그리스어 자모(子母)와 6개의 이집트어 자모를 더해 콥트(Copt) 문자를 만들었다. 이후 이집트 말은 문자와 분리된 상태에서 변화를 거듭하며 새로운 언어로 바뀌었고, 이집트를 정복한 이슬람이 기독교와 같은 정책을 펴면서 콥트어도 사멸됐다.
그 뒤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 도중 '로제타석'이 발굴되면서 이집트 문자는 해독됐다. 하지만 어떻게 읽는지는 여전히 알 길이 없었다. 그러나 결국 비밀은 풀렸다. 그 열쇠는 기독교 교파의 하나로 이집트에서 자생적으로 발전한 콥트교의 기도문이었다. 콥트교도들은 고대 이집트어의 원형을 유추할 수 있는 콥트어 기도문을 온전히 보존하고 있었던 것이다. 헬렌 켈러의 말을 빌자면 고대 이집트어는 백만 개의 통로로 스며 있었고, 모두 막혔지만 콥트어 기도문이란 통로는 남아있었던 것이다.
일본 정부가 미국 한 출판사에 역사교과서 위안부 관련 기술의 수정을 요구한 데 대해 미국 역사학자 19명이 비판 성명을 낸 것과 관련 미 국무부가 '강력한 지지'를 표명하고 나섰다. 위안부는 미국 역사학자들의 성명대로 '국가가 후원한 성 노예 시스템'이란 데 논쟁의 여지가 없다. 이런 진실은 이미 '백만 개의 통로'로 전 세계인의 양심에 스며 있는데 일본 정부만 이를 모르고 있다. 참으로 어리석은 일본 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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