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62'가명) 씨는 40여 년간 교직생활을 마치고 이달 말 교단을 떠난다. 은퇴를 앞두고 한 달 전에 함께 퇴임하는 친구 교장들과 유럽여행을 다녀왔다. 친구들은 모두 나름대로 노후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었다.
이 씨는 연금 수령만으로 노후 준비를 마쳤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장기간 지속되는 새로운 인생 후반전을 좀 더 알차게 준비해 나가기 위해 재무 분야와 새로운 노후의 삶을 점검해 볼 필요를 느끼고 국민연금공단 대구본부에서 심층 재무설계를 받기로 했다.
이 씨는 큰아들이 3년 전에 결혼해서 부산에서 살고 있고 둘째 딸은 작년 봄에 결혼해서 대구에서 살고 있다. 그동안 자식 키우고, 생활하느라 현재 재산이라고는 주택 한 채뿐이지만 연금과 노후 자금으로 알뜰히 모은 2억1천만원의 자금을 잘 활용해 긴 노후를 멋지게 보낼 수 있는 해답을 찾아봤다.
◆저금리 시대에는 안정적인 투자를
노후에는 무엇보다도 원금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투자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그러나 저금리 시대에 마냥 안정적인 예금에만 의존할 수 없다. 긴 노후를 예금에만 의존하기보다 적절한 분산 투자가 바람직하다. 예를 들면 주가연계증권(ELS)상품의 경우 종목형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지수형 상품이, 주식형 펀드도 단기 수익을 올리는 것보다는 배당주나 가치주 위주로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 노후에는 자산보다는 소득(현금 흐름)이 중요하다는 사실도 잊지 많아야 한다. 은퇴자들이 은퇴하면 가장 먼저 겪게 되는 두 가지 고통스러운 것이 있다. 매달 월급이 통장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과 매일 출근할 곳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연금은 그중에 한 가지 고통은 조금 덜어준다. 다행히 이 씨의 노후에 가장 큰 장점은 연금 소득이다. 이 씨는 현재 거주하고 있는 2층 양옥 주택의 방 2개를 임대해 월세로 50만원의 수입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이 씨의 아내는 아파트로 이사하기를 원하고 있고 이 씨는 전원주택으로 이전하거나 현재 주택에 계속 거주하기를 원하는 상황이다.
노후의 주거지에 대한 문제는 부부 사이에 의견일치가 중요하다. 여성은 관계를 중시하고 남성은 일을 중시하는 면에서 주거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운데 이 씨의 경우 임대수입까지 고려하니 해결점이 잘 보이지 않았다.
일단 매월 월세 소득이 발생하고 있으므로, 시간을 두고 여러 가지를 고려해 주거지를 결정해야 한다.
◆비상예비자금을 많이 만들라
비상예비자금은 매달 수입에서 저축을 제외하고 남는 금액의 3~6배로 적립되어야 한다. 이 씨의 경우 생활비와 경조사비만 계산해도 비상 예비자금 규모가 780만원에서 1천560만원 정도로 예상되는데 매달 여유 자금을 1년만 모으더라도 960만원의 비상예비자금을 모을 수 있다.
그리고 현재 보험료 지출을 보면 저축성보험(40만원), 자동차보험(월 6만원), 종신보험(월 14만원)이 전부였다. 실비보험과 암보험이 문제다. 주위 친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암보험과 실비보험을 오래전부터 가입했으나 이 씨는 꼭 가입해야 하는지 망설여지며 금액도 부담스럽다고 했다. 저축성보험(월 40만원)의 만기가 올해 끝나면 월 20만원 한도로 부부 암보험과 실비보험을 가입, 큰 질병으로 인한 지출에 대비할 것을 권했다.
그리고 매년 모이는 비상예비자금은 향후 용도를 무엇으로 할까. 쓸 일이야 너무 많겠지만 절반은 해외여행 경비로 쓰고, 절반은 가족모임 시 이벤트 행사비용으로 쓰는 것도 괜찮다.
핵가족화로 세대 간의 단절은 자꾸 심해지고 있다. 바쁘게 살다 보면 부모님 얼굴을 뵙기도 어려운 세상이 되어간다. 시간도 문제지만 경제적인 부담도 문제다. 매년 한번이라도 가족 모임을 콘도나 스키장에서의 멋있는 레저 모임을 주선하고 비용을 부담해 본다면 손자손녀들과도 멋진 추억을 만드는 가족모임이 될 것이다.
◆노후 간병비도 미리 준비하라
노후를 준비하는데 항상 간과하기 쉬운 것이 노후 간병비 문제다. 건강하게 살다가 병치레하지 않고 죽는 것이 모두의 소원이지만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간병비 부담으로 자식들 간에 다툼이라도 일어난다면 당사자는 병치레로 육체적으로도 고통스럽고, 자식들이 화목하지 못하면 마음의 평안도 누리지 못할 것이다.
재무적으로 적절한 노후 간병비를 목적자금으로 만들어 놓으면 자녀들도 기쁜 마음으로 병원에 부모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노후에 노인장기요양보험 적용을 받더라도 치매 등 장기요양 비용으로 본인 부담금이 평균 월 50만~70만원이고 요양병원은 월 80만~250만원에 달한다. 가족의 부담을 덜어주려면 건강할 때 미리미리 간병비용을 챙겨 놓아야 한다.
최창희 기자 cchee@msnet.co.kr
도움말 국민연금 대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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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의 고민이 날로 커지고 있다. 더구나 100세 시대가 가까워지고 있는 만큼 노후준비가 꼭 필요해졌다. 그러나 훌쩍 올라버린 부동산 시세, 불안한 증시, 초저금리에 돈 관리도 쉽지 않다. 새해부터 은퇴를 준비하는 이들을 위한 재무상담으로 독자들을 찾아간다. 매일신문은 국민연금 대구본부와 함께 무료 재무설계를 해 주는 코너를 마련했다. 재무상담을 원하는 독자는 국민연금 대구본부(1355)로 연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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