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울대 경영학과 합격 경신고 이찬우 군의 '이색 스펙'

고2까지 백두대간 700km 완주 "목표 정복, 등산에서 배웠죠"

이진복 씨와 찬우(오른쪽) 군이 지난 2013년 7월 백두대간 형제봉에 오른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진복 씨 제공
이진복 씨와 찬우(오른쪽) 군이 지난 2013년 7월 백두대간 형제봉에 오른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진복 씨 제공

올해 경신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 경영학과에 합격한 이찬우(18) 군. 단순히 입시 결과만 놓고 봤을 때는 모두의 부러움을 살 '공부벌레' 정도로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찬우 군에게는 여느 서울대 합격생과는 다른 경력이 있다. 찬우 군은 한창 눈에 불을 켜고 공부해야 할 고등학교 2학년 때인 2013년 8월, 아버지 이진복(56) 씨와 함께 31구간, 700㎞에 이르는 백두대간 종주를 마쳤다. 중학교 3학년 때인 2011년 9월부터 시작한 종주였다. 한 달에 1, 2차례는 꼭 25~30㎞에 이르는 구간 종주에 나선 결실이었다. 이진복 씨는 "아들이 밤새도록 산행을 하면서 잠과의 전쟁도 수없이 치렀고, 겨울 산행 때는 귀에 동상이 걸려 진물이 나기도 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한 번도 중도에 포기한 적이 없었다"고 했다.

찬우 군이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의 살을 빼기 위해 시작한 등산이 백두대간 종주로까지 이어졌다. 이 씨는 "8년 전 담배를 끊은 뒤 1년 사이에 몸무게가 10㎏ 이상 증가했다. 이를 알게 된 아들이 어느 날 등산을 제안했다"고 회상했다. 그때부터 부자의 산 타기는 주말 이벤트가 됐다. 하산하면서 주변 맛집을 찾아가는 것이 부자의 소소한 행복이자 추억거리였다. 이 씨는 아들이 서울대 진학을 목표로 세운 것도 등산이 계기가 됐다고 했다. 2010년 9월, 이 군이 중2 때였다. 서울 관악산을 타고 서울대로 하산하면서 사회과학대학 앞에서 사진을 찍을 때였다. 이 씨는 "아들이 문득 서울대 경영대학에 도전하겠다고 이야기하더라. 그때 아들이 확실하게 목표 대학을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찬우 군은 고교 3년 동안 논술학원에 3개월 다닌 것 이외에는 개인과외는 물론 학원을 다니지 않았다고 한다. 이 씨는 "아들이 남들 다 다니는 학원을 가지 않아 사실 불안했다. 가끔 학원에 다녀보라고 말했지만, 그때마다 아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대신 주말에 등산을 하지 않을 경우 학교를 찾아 자습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아들이 등산을 하면서 집중력과 지구력을 많이 길렀는데, 이런 점이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소개했다.

전창훈 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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