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처투성이 이완구…책임 총리? 식물 총리!

인준안 통과되도 국정운영 힘 실릴지 우려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준 처리 일정에 여야가 가까스로 합의했지만 청문회 과정에서 상처투성이가 돼 버린 이 후보자의 체면이 바닥에 떨어졌다. 일각에선 총리가 되더라도 '반쪽 총리', '식물 총리'가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 후보자는 국무총리로 내정된 직후 언론을 통해 '책임 총리' 역할을 강조하면서 의욕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대통령에게 쓴소리 하는 총리가 되겠다'며 후보자 꼬리를 뗀 이후의 로드맵까지 야심 차게 발표했다. 그는 "책임 총리는 법률적 용어는 아니지만 각부 장관을 통괄하면서 대통령을 보좌, 국정을 잘 수행하는 것"이라며 "총리가 되면 국무위원 해임 건의, (임명)제청권을 정확히 행사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검증 국면에 들어서자 상황은 급변했다. 각종 의혹이 확산'재생산되고 후보자 본인의 말실수까지 겹치면서 야권은 물론이고 여당 내에서도 비난 여론이 끓기 시작했다. 특히 언론탄압 의혹이 제기되면서 언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데 이 같은 대 언론 관계는 국무총리가 되더라도 추후 행보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애초 청와대는 이 후보자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 박근혜정부의 숙원 과제인 경제살리기와 공무원연금'공기업'규제 등 '3대 개혁'을 밀어붙이면서 실질적으로 내각을 이끌어갈 만한 책임 총리 역할에 대한 기대감이다. 특히 이 후보자 인준을 통해 '인적 쇄신'의 신호탄으로 삼아 정권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복안도 깔렸었다.

청와대는 "이 후보자의 국회 인준 절차가 마무리된 다음 신임 총리의 제청을 받아 실시될 것"이라며 이 후보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한편 총리 임명에 이은 개각을 통해 설 민심을 다독일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후보자의 검증 과정에서 '양파', '계륵' 등으로 불릴 정도로 심각한 상처를 받자 청와대도 이 후보자의 상품성에 대해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여당 내에서도 이 후보자의 입지가 좁아질 위기에 처했다.

한 여권 인사는 "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한 이후 당당한 총리가 돼 비박 일색인 여당과 청와대의 가교 역할은 물론 관록 있는 정치인으로서 국정 훈수를 두는 것까지 계획했을 텐데 지금은 당에 대한 부채 의식을 느끼고 보은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고 말했다.

박상전 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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