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지식이 먹고사는 데 필수적인 것이라면, 타인과 대화할 때 혹은 타인과 공감하기 위해서는 넓고 얕은 지식이 필요하다'며 철학'과학'예술'종교'신비적인 것에 대해 이야기처럼 풀어낸 책이다.
지은이는 '지식'이란 내가 발 딛고 사는 세계에 대한 이해라고 말한다. 지적 대화를 위해서는 내가 속한 세계를 찬찬히 둘러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책은 전작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에 이은 후속편으로 '현실 너머 편'이다. 철학, 과학, 예술, 종교, 신비에 관해 이야기한다.
지은이는 "우리가 대화하고 소통하는 데 필요한 것은 언어가 아니라 공통분모다. 인류의 공통분모는 내가 잘 모르고 있을 뿐 이미 마련돼 있다. 지금 마주 앉은 사람뿐만 아니라 과거와 미래의 사람들까지 아울러서 함께 공유하는 공통분모, 우리는 이것을 교양, 인문학이라고 부른다"고 말한다. 이 책의 내용이 교양 혹은 인문학에 관한 것이라는 말이다.
과학과 신비를 '인문학이 아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이 책은 깊은 과학적 지식은 인문학의 범주를 넘어선다고 할 수 있겠지만 통상적인 대화에 필요한 넓고 얕은 과학적 지식은 인문학에 포함된다고 보고 있다. 책은 지식을 이야기처럼 쉽게 그러나 씨줄과 날줄이 잘 교차하도록 풀어간다. 가령 '절대주의, 상대주의, 회의주의'를 이렇게 설명한다.
『A와 B가 장기를 두고 있다. A가 말을 들어 B의 진영에 내려놓으며 말한다.
"장이야."
B가 당황한다. A가 점잖게 말을 잇는다.
"장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머리를 써야 한다네. 눈을 감고 고도로 정신을 집중해서 말들의 다음 움직임을 논리적으로 예측해야 하지. 자네는 머리를 쓰지 않는 게 문제네."
장기판을 뚫어져라 주시하던 B가 말을 하나 움직이며 말한다.
"멍이야."
A는 미간을 찌푸리고는 장기판을 주목한다. B가 움직인 말 때문에 A의 중요한 말들이 위험해졌다. B가 말한다.
"자네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구먼. 머리를 아무리 굴려도 얻을 수 없는 게 있다네. 삶의 경험은 생각만으로는 얻을 수 없지. 진짜로 장기에서 이기는 방법은 무작정 많이 해보는 것뿐이라네. 수많은 실수를 통해 우리는 장기판을 장악하는 법을 알게 되지."
바로 그때 A와 B 근처에서 자고 있던 C가 화를 내며 벌떡 일어났다. C는 두 사람을 향해 소리쳤다.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가 없네! 너희는 장기를 말로(입으로) 하냐? 그냥 하지 마!"
그러고는 장기판을 뒤엎어버렸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철학의 역사에는 A, B, C가 언제나 함께 있었다. A가 우세할 때가 있었고, B 또는 C가 우세할 때도 있었다. 어쨌거나 이들은 언제나 거기 있었다. 이들은 철학의 주인공이면서 동시에 현실적 인간이다. A는 절대주의, B는 상대주의, C는 회의주의다.』
절대주의는 고정불변하는 진리를 추구하는 입장이고, 상대주의는 변화하는 다양한 진리가 존재한다고 믿는다. 회의주의는 단일 진리를 부정한다는 입장에서 상대주의와 닮았지만 더 극단적으로 인간이 진리에 도달할 방법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처럼 이 책은 꼭 알아야 할 핵심이지만 난해한 이론을 이야기로 꾸며서 진리에 대한 세 가지 견해(절대주의, 상대주의, 회의주의)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외우도록 하는 게 아니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지은이는 "하나의 분야를 이해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되는 개념을 선별해서 단순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쉽게 읽히겠지만 쉽고 가벼운 내용은 아닐 것이다. 단순한 이야기로 독자가 전체 윤곽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도록 했다. 더 깊고 전문적인 지식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책은 이와 같은 방식으로 진리, 철학, 과학, 예술, 종교, 신비에 대해 이야기한다.
372쪽, 1만6천원.
조두진 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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