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정당매(政堂梅)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권 영 시
▲권 영 시

송(松)'죽(竹)은 혹한에도 늘 푸르고, 매(梅)는 잔설 속에서도 꽃 피우므로 세한삼우(歲寒三友)라 일컫는다. 선비들은 그중에서도 매화를 더 귀히 여겼나 보다. 퇴계 선생은 매화를 사랑한 나머지 100편에 가까운 매화 시로 「매화시첩」을 엮었고, 일생에서 마지막 날도 매화 화분에 물을 주라고 일렀을 정도다.

곧 설이다. 오래전 설날 뒤에 아주 특별한 매화를 찾았던 기억이 새롭다. 그게 경남 산청군 단속면 운리 탑동 마을이자 지리산 웅석봉(熊石峯) 남녘 기슭 단속사지(斷俗寺址)에 있는 정당매다. 옛 단속사 금당 앞에 삼층석탑 두 기가 서 있고, 그 뒤에 자리한 고매는 정당매각(政堂梅閣)과 함께 1982년 11월10일 보호수로 지정한 안내판이 지켜준다. 워낙 나이가 많아 몸통의 네 주간이 고사했지만 용케도 남은 몸통 밑동에서 이미 왕성하게 자란 뿌리직경 22㎝와 16㎝ 두 줄기에서 또다시 세 가지가 동·서·남향으로 뻗었다.

외과수술로 어느 정도 옛 모습을 복원한 만큼 정당매는 장수하는 셈이다. 양지바른 곳이라 그날도 만동의 햇살을 이끌어 곧 터질 듯 봉곳봉곳한 꽃망울은 얕은 바람에도 진동할 그런 매향을 꿈꿨고, 대단한 수량임을 말해주듯 조롱조롱 수없이 매달려 있었다. 아쉬움에 그 뒤 또다시 찾았다. 고매는 600년의 자존심을 맑고 희게 활짝 꽃피워서 온 세상이 훤했다. 게다가 하늘을 대청소했었나?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었다. 땅바닥에 누워 하얗게 휘어진 가지를 하늘 배경에 대입시켰고, 매향을 한껏 만끽했다.

이 매화는 통정 강회백(姜淮伯·1357~1402)이 절에서 글을 읽으면서 손수 심었고, 그 뒤 벼슬이 정당문학에 이르러 '정당매'라 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 편찬 당시 100살을 훌쩍 넘겨서도 기록됐으니 매격(梅格)과 원기 또한 왕성했으리라. 고려 말 조선 초의 문신인 그는 정당문학 겸 대사헌을 지냈다. 『동문선』에서 '단속사견매'(斷俗寺見梅) 시는 당시 시대적 상황을 비유했을까? '한 기운이 돌고 돌아 다시 돌아오나니/천심을 섣달 전의 매화에서 볼 수 있네/스스로 큰 솥에 국 맛을 조화하는 열매가/부질없이 산중에서 떨어졌다 열렸다 하네.' 지금껏 버티느라 수술도 했지만 다행히도 저 산비탈서 2세 몇 그루가 자랐다. 남다른 버릇에 또 크기를 쟀다. 큰 것은 뿌리직경이 40㎝에 키는 8m, 모양새 좋은 수폭도 키 높이와 같았다. 그날 마이산을 향할 때 경호강 서편으로 빙판도 있었지만 줄곧 흥이 난 하루였다. 지금은 어미와 함께 훌쩍 컸으리라. 설 지나면 전국적으로 매향이 봄을 진동할 게다. 순천의 선암사 토담을 껴안은 홍매화도 볼만하다. 이마저 두 번 만에 붉고 진한 매향을 음미했다. 대구수목원에도 정당매 후손이 있다.

<시인·전 대구시앞산공원관리사무소장>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이재명 대통령은 해외 순방에서 귀국하자마자 청와대에서 부동산·주식 시장 점검회의를 주재하며 '국민 눈높이 맞춤형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
경기 침체가 장기화됨에 따라 대구의 상가 1층 공실률이 급증하고 있으며, 2분기에는 10.2%로 전국 평균을 웃도는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
경북 포항에서 해병대 20대 부사관이 총기 사고로 숨진 채 발견되었고, 군 당국은 총기 관리의 허점을 조사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구와 경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일본과의 엔화 방어를 위한 외환시장 개입을 '우정의 신호'로 설명하며, 일본과의 공동 개입이 28년 만에 이루어..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