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박미연(36) 씨는 매년 명절이면 몸살을 앓는다. 명절 전부터 차례 준비에 시달리고 내내 이어지는 손님상을 차리다 보면 손목과 허리, 무릎까지 쑤시지 않는 곳이 없다. 그동안은 며칠 쉬면 낫곤 했지만 지난해 추석부터는 통증이 사라지지 않아 결국 병원을 찾았고, 최근까지 치료를 받았다. 박 씨는 "명절이 다가오면 속이 메스껍고 두통까지 생긴다"면서 "맏며느리 처지에 몸이 아프다고 피할 수도 없다"고 푸념했다.
명절은 누군가에겐 즐겁지만, 누군가에겐 불편하고 괴로운 연례행사다. 명절 증후군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스트레스성 질환이다. 명절이 다가오면 자신도 모르게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이전에 겪었던 불편한 증상들을 다시 경험하게 된다. 불평등한 성 역할이 주된 원인으로 맏며느리가 겪는 경우가 많다. 명절 1, 2주 전부터 짜증이 나거나 가슴이 답답하고, 두통이나 팔다리가 쑤시는 증상을 겪는다. 심란하고 우울하거나 현기증과 호흡 곤란, 허탈감 등을 느끼기도 한다.
◆허리, 손목, 무릎이 아파요
가사 노동이 집중되는 주부들은 손목과 무릎에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무거운 것을 들거나 장시간 같은 자세로 일하면서 허리와 무릎, 어깨, 목 등 관절 주변에 근육 경련이나 인대가 손상되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로 인해 긴장성 두통이 생기면 뒷목이 뻐근하고 이마 주변에서 조여 오는 느낌의 통증이 생길 수도 있다.
많은 음식을 준비하고 차리는 주부들은 손목터널증후군을 조심해야 한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손목 앞쪽 힘줄과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가 좁아지거나 압력이 높아지면서 신경이 손상돼 손바닥과 손가락에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전을 부치며 쪼그려 앉아 있는 경우 허리와 등이 뻐근해지는 근육통을 겪기도 한다. 바닥에 양반 다리를 하고 등을 구부린 채 일을 하면 허리 통증을 느낄 수 있다. 너무 낮은 싱크대에서 일을 하면 허리와 목을 굽히게 돼 척추 주변 근육이 경직되고 근육통이 유발될 수 있다.
근육통이나 관절통을 예방하려면 음식을 할 때 팔을 등 뒤로 올리거나 목을 앞뒤로 젖히는 등 스트레칭을 통해 인대와 경직된 근육을 풀어줘야 한다. 중간 중간 휴식을 하면서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 주방 싱크대 앞에 10~15㎝ 높이의 발판을 이용해 발을 번갈아가며 올려두고 설거지를 하면 허리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일이 끝나면 반신욕을 하거나 통증 부위를 뜨거운 물수건을 덮어 찜질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장시간 운전을 하는 남성들은 목과 어깨, 허리, 골반 등에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오랜 시간 같은 자세로 앉아 운전하면 근육이 긴장되고 허리에 무리가 가기 때문이다. 엉덩이를 최대한 좌석에 붙이고 등을 기대는 자세가 좋고 운전석과 운전대의 간격도 너무 멀지 않게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메스꺼움과 설사, 변비도 많아
설 명절에는 소화불량을 겪기도 한다. 기름기가 많은 음식을 과식하는 것도 문제지만 심리적인 영향도 크다. 자율신경의 영향을 받는 위는 감정이나 정서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불안이나 우울, 스트레스, 긴장과 같은 자극이 자율 신경계를 자극해 위의 운동을 방해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명절 스트레스로 인해 변비나 설사를 겪는 사람도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이 흥분해 순간적으로 많은 혈액을 근육에 공급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소화기관에는 혈액이 양이 줄어든다. 이 경우 소화기관의 운동이 느려져 소화불량이나 변비가 생길 수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에서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호르몬이 나와 위액이 과다 분비된다. 과다 분비된 위액은 십이지장에서 미처 중화되지 못한 채 소장으로 오게 되고 소장과 대장의 음식물을 빨리 내려 보내 설사 증상이 나타나기 쉽다.
지방이 많은 음식은 위의 소화 능력을 떨어뜨려 소화불량을 일으키는 일이 잦다. 동물성 지방이 가득한 고지방식은 식도와 위 사이의 괄약근을 느슨하게 만들고 위산 분비를 촉진해 역류성 식도염을 일으킨다.
대구가톨릭대병원 가정의학과 김성희 교수는 "스트레스로 인한 소화 불량은 심리적 불안과 갈등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안정된 자세로 눈을 감고 명상을 하거나 심호흡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면서 "운동은 엔도르핀을 생성해 밝고 긍정적인 생각에 도움을 주므로 가족들과 함께 가볍게 운동을 즐기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우울하고 피곤해요
연휴 뒤 무기력증이나 수면장애, 소화불량 등 우울 증상을 호소하는 주부들 있다. 많은 식구들이 모이는 번잡함이나 지나친 가사노동, 남녀 불평등과 고부갈등 등이 주된 원인이다. 가족 간의 불화나 교통체증이 겹치면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명절이 지나면 대체로 좋아지지만 후유증이 2주 이상 계속되면 적응장애나 우울증 등을 고려해 전문가의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대다수 직장인들은 연휴 기간에 불규칙한 생활을 하다 보면 신체 내의 생체리듬 유지기관의 적응력이 떨어져 연휴 뒤에는 피로하고 일에 집중하기 어렵다. 장거리 운전과 과음 과식, 수면 부족과 수면시간 변경에 의한 생체리듬 파괴로 인한 피로는 평소에 잠자는 시간과 기상 시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졸려도 낮잠을 피하고 불가피하게 자야 할 경우에는 밤에 수면을 방해하지 않을 정도로 30분 이내로 자는 것이 좋다.
계명대 동산병원 가정의학과 김대현 교수는 "명절증후군으로 피로하면 건조하고 추운 기온변화로 감기에 잘 걸릴 수 있다. 아침이나 초저녁에 가벼운 산책과 같은 신체활동이 인체의 리듬을 조절하고 면역을 강화시키는데 도움을 준다"면서 "평소에 잘 사용하지 않았던 근육을 늘려주는 스트레칭이나 체조를 함께하면 좋다"고 말했다.
장성현 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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