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에서 변변한 직업 없이 돈이 필요할 때마다 단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살아온 A(33) 씨. 그는 전형적인 미남형은 아니었지만 화려한 언변과 상대방에게 신뢰감을 주는 목소리로 20대 때부터 최근까지 여성들에게 접근, 돈을 가로챈 뒤 잠적하는 수법으로 생활비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런 생활을 이어가던 중 지난해 여름, 스마트폰의 한 채팅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알게 된 A씨. 집에서 전국의 수많은 이성과 실시간으로 대화할 수 있는 이 앱은 A씨에게 신세계처럼 다가왔다. 가입하고 얼마간은 여성들과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때웠으나 돈이 궁해지자 옛날에 그랬던 것처럼 여성들에게 접근했다.
'대구에서 큰 대부업체를 운영한다' '큰 수익이 나는 투자처를 잘 안다'며 자신을 포장한 뒤 낯선 여성들과 만남을 가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A씨는 4명의 여성과 전화를 자주 주고받으면서 관계를 돈독히 한 뒤 자신에게 투자하면 돈을 벌어주겠다고 속였다. 적게는 1천만원, 많게는 8천800만원까지 받아 챙겼다. A씨는 이런 식으로 지난해 8월 20일부터 3개월 동안 모두 1억5천만원을 손에 쥐었다.
하지만 A씨의 범행은 얼마 지나지 않아 꼬리를 밟혔다. 지난해 12월 초 '곧 수익금이 나온다'는 등의 핑계를 대며 돈 돌려주길 미루던 A씨가 연락을 끊자 여성들은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의 수사에 A씨는 붙잡혔고 23일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
대구 서부경찰서 관계자는 "피해자들은 대구에 살지 않아 A씨의 사는 곳이나 일상 등을 보지 못한 채 말솜씨와 깔끔한 옷차림 등 겉모습만 보고 A씨를 잘나가는 사업가로 여겼다. 최근 이 같은 앱을 통한 물품 거래, 금품 요구 사기 등이 자주 일어나는데 낯선 사람과의 돈거래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허현정 기자 hhj224@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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