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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참여마당] 우리가족 이야기-우리 집의 세시기(歲時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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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집의 세시기(歲時記)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명절날 아침 일찍 큰댁에 모여서 조부모님 차례를 모시고 작은집들을 다니면서 숙부모님 차례를 치르게 되었다. 음복과 음식, 또 덕담을 나누면서 순회하다 보면 이내 오후가 된다. 그리고 제각기 시간을 갖고 저녁에 다시 사촌들 계모임을 한다. 유사를 정하여 서로들 집에서 모이다가,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하여 근래에는 줄곧 큰댁과 가까운 음식점에서 만나서, 안부도 전하고 집안 행사도 의논하며 명절을 같이 보내왔다.

이번 설에도 형제들과 차례를 지내러 다니던 중, 승용차 문을 닫다가 그만 새끼손가락을 가볍게 치었는데, 금세 붉은 피가 아스팔트 바닥에 뚝뚝 떨어진다. 남은 차례를 모시고, 탁구를 치고, 강정보 산보를 하면서도, 우울하게 오후를 보냈다. 저녁이 되어서 사촌과 조카 내외들이 다시 모여서 환담을 나누는 가운데, 갑자기 총무를 맡은 제수씨가, "아주버님, 회갑을 축하드려요!" 하면서 붉은 봉투를 내민다. 얼떨결에 받아들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부모님, 제수와 설빔, 형과 누이, 숙부모님과 사촌들, 천원 지폐, 막걸리 주전자, 형수, 할머니와 치매, 아내, 포항의 장인, 아이들, 고향 성묘, 테니스, 계모임, 관혼상제, 타국에서의 명절, 산보와 영화 관람….

"까르륵, 꺅", 갓 깨어난 작은집 손자 녀석을 누군가 어르고 있다. 금세 반세기가 훌쩍 지나갔다.

정신교(대구 북구 산격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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