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전국실내육상, 혼자 달렸다

첫 대회에 관계자만 참석, 가족단위 관중 단 한 가족…박수 없는 시상식 썰렁

대구 육상진흥센터에서 26일 열린 제1회 대구 전국실내육상경기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기량을 겨루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대구 육상진흥센터에서 26일 열린 제1회 대구 전국실내육상경기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기량을 겨루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26일 대구 수성구 육상진흥센터(수성구 삼덕동)에서 열린 제1회 대구 전국실내육상경기대회가 우려대로 '그들만의 잔치'로 끝나고 말았다. 상징적 의미가 적지 않았음에도 최대 5천 명을 수용하는 관중석에는 대회 관계자들만 드문드문 자리를 잡았다. 엘리트 선수들이 참가하는 실내육상대회를 국내에서 처음 개최해봤다는 '경험'이 거의 유일한 수확이었다.

이번 대회는 대구시가 '국제 육상도시'로서의 위상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대한육상경기연맹과 공동으로 주최했다. 각급 선수들의 참여도를 높이려고 시 예산 1억2천만원을 들여 선수단을 초청했다. 종목별 1~3위를 차지한 선수들은 10만~3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트랙(60m, 60m 허들, 400m, 800m, 1,500m, 3,000m)과 필드(장대높이뛰기'멀리뛰기'포환던지기)에서는 전국에서 온 일반'대학'고등부 선수 210여 명이 온 힘을 다했다. 하지만 표정들이 밝지만은 않았다. 땀 흘려 시상대에 올라도 박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주최 측이 흥을 돋우려고 틀어놓은 철 지난 유행가는 그들을 더욱 쑥스럽게 했다.

이날 경기장에서 만난 유일한 가족단위 관람객이었던 이진'권아리(대구 수성구 범물동) 씨 부부는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들에게 육상 대회를 보여주려고 왔는데 너무 한산해서 놀랐다"며 "선수들에게 최고의 시설인 듯하지만 신명은 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 꿈나무 육상선수(초등학교 4년∼중학교 2년생)들을 이끌고 참가한 학교 체육지도자들도 주최 측의 무성의를 비판했다. 한 초등학교 육상부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 것은 다행이지만 홍보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은 것 같다"며 "대구의 각급 학교에 공문 한 번 보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애초 대구시는 이번 대회에 관람객 1천 명을 동원할 예정이었으나 대회 직전에 취소했다.

한편 지난해 3월 대구스타디움 인근에 개관한 육상진흥센터는 총넓이 2만1천577㎡에 지상 4층 규모로, 국내 첫 실내육상경기장이다. 대구시는 육상 시즌인 겨울을 제외한 시기에는 육상진흥센터를 다목적 체육관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상헌 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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