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이고 충동적인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세종시에서 50대 남성이 금전과 애정 문제로 갈등을 겪다 전 동거녀 가족 3명을 엽총으로 살해한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난지 이틀 만인 27일 경기도 화성에서 70대 남성이 총을 쏴 형 부부 등 3명을 숨지게 한 사건이 터졌다. 지난달 포항에서는 40대 남성이 이별통보를 했다는 이유로 여자친구가 탄 승용차를 자신의 차로 들이받고 폭행까지 한 사건도 있었다.
이른바 '분노범죄'가 최근 속출하면서 원인으로 지목되는 '분노조절장애'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최근 이어진 분노범죄들은 불특정 다수가 아닌 가족이나 연인 등이 범행 대상이라 새로운 형태의 분노조절장애에 의한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화를 참지 못해 '욱'하게 되는 분노조절장애는 화가 폭발해 폭력적'공격적'파괴적 행동을 보이는데, 최악의 경우 사람의 생명까지 앗아가는 범죄로 이어진다. 실제로 분노조절장애를 겪는 사람들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분노조절장애 환자 수는 2009년 3천720명에서 2013년 4천934명으로 32%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장기 불황 속에 경쟁이 치열해지고 서로 비교되면서 스트레스가 증가해 분노조절장애 환자도 늘고 있다고 했다.
분노조절장애에 의한 범죄는 대부분 모르는 사람이나 친밀하지 않은 사이에서 일어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 분노범죄들은 가족이나 연인 등이 대상인 경우가 잦아지고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태영 대구가톨릭WEE센터 센터장(대구가톨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분노조절장애라는 병을 갖고 있는 사람만이 분노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최근 일어난 범죄들은 정신건강의학에서 '충동조절장애'로 부르는 분노조절장애로만 설명하기 힘들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가족을 비롯한 공동체의 역할 약화와 소득 양극화, 구조조정, 실업 등으로 인한 사회 불안정이 가족이나 연인에 대한 불확실성으로까지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가족이나 연인 등 가까운 사람들에 대한 친밀감마저 회복될 수 없다는 불안감이 생겨나고 있다. 최근 일어난 범죄들은 분노를 넘어선 절망적인 심정에서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사회가 건강성을 회복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친밀한 관계에 대한 극단적인 범죄가 계속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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