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그가 대통령에 취임할 때 신고한 재산이라곤 1987년산 폭스바겐 비틀 자동차가 전부였다. 빚도 없었지만 예금도 없었다.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 그는 수도 몬테비데오 외곽에 있는 아내 명의의 화훼 농장에 살았다.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그의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 몬테비데오에 있는 대통령 관저에 들어가기를 거부하고 여전히 아내의 허름한 시골 농장에 머물렀다. 양복을 입지도 않았고 넥타이를 매지도 않았다. 멜빵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농장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일을 했다. 대통령이 아닌 영락없는 시골 할아버지였다. 언론이 인터뷰라도 할라치면 번듯한 관저 대신 앞다리 한쪽을 잃은 개가 지키는 낡은 농장을 찾아야 했다.
그는 호세 무히카(79) 우루과이 대통령이다. 세계는 이런 그를 일컬어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그의 마음이 가난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대통령이 된 후 매달 우리 돈 1천만원 남짓한 월급을 받았다. 그는 국민 평균소득인 100만원 정도만 남기곤 월급 대부분을 서민주택 건설 자금으로 기부했다. 자신이 시작한 취약 계층을 위한 5만 가구 주택 공급 사업을 위해서였다. 재임 기간 이 사업에 기부한 돈은 40만달러(약 4억4천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들 가난한 대통령이라 했지만 정작 그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나를 가장 가난한 대통령이라 한다지만 가난하다고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진짜 가난한 이는 호화로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일만 하고 언제나 더 많은 것을 원하는 사람"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가진 것이 많지 않다면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노예처럼 일할 필요가 없다"는 철학의 소유자다.
이번 주말 '가장 가난한 대통령'이 퇴임한다. 우리와 같이 5년 단임인 우루과이 선거법상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 때문이다. 퇴임을 앞두고 지난 연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그에 대한 지지율은 65%에 달했다. 5년 전 대선 당시 지지율을 10%포인트 이상 웃돌았다. 그의 재임 기간 우루과이 경제는 연평균 5~10%씩 성장했고, 2005년 40%를 넘었던 빈곤율은 최근 13%까지 떨어졌다. 국민들은 대통령이 잘하고 못하고를 '무슨 말을 했느냐'가 아니라 '어떤 업적을 남겼느냐'로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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