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늙어가는 파출소' 50代가 40%…대구 경찰 평균 46세

"강'절도범은 팔팔한 20, 30대인데 50이 넘은 제복이 이렇게 많으니…."

경찰사회의 고령화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일선에서 범죄를 담당하는 지구대나 파출소 근무자의 경우 50대가 40% 가까이 되며 40대를 넘는 인력이 70%를 차지하고 있다.

3일 찾은 대구 동구의 한 지구대. 이곳 근무 경찰관 43명 가운데 50대 이상이 무려 21명이다. 퇴직이 가까운 55세 이상도 9명이나 된다. 반면 갓 경찰 생활을 시작한 20대는 고작 한 명뿐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른 지구대나 파출소 또한 고령의 경찰관들이 상당수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대구지역 지구대와 파출소 근무자 1천944명의 평균 연령은 46세. 지방청이나 경찰서에 비해 근무자 평균연령이 더 높다. 이에 따라 치안 수요가 적다고 판단되는 일부 파출소에는 40대 미만 경찰관이 1명만 배치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50대 이상 경찰관은 전자기기를 다루는 능력이 떨어져 상대적으로 컴퓨터 활용이 적은 지구대나 파출소로 배치한다"며 "해마다 선발하는 신입 경찰관이 많지 않고 일정하지도 않아 지구대 등에 젊은 경찰관을 꾸준히 배치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이처럼 지구대와 파출소의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민생치안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다.

내년에 정년퇴임을 앞둔 A(59) 팀장은 "지구대야말로 주민들이 온갖 민원을 부탁하는 경찰 근무의 최일선인데 젊은 인력이 없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지구대에서는 매일 순찰차 한 대당 많게는 30건이 넘게 출동하기 때문에 기동력 있는 경찰이 필요하다. 특히 술에 취한 사람이 행패를 부리거나 시비가 붙었을 때는 현장에서 힘으로 제압할 수 있는 20, 30대 젊은 경찰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 A씨는 "술 취한 사람에게 수갑을 채우려고 해도 젊은 경찰은 2명이면 끝날 일이지만 50대는 4, 5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동구 신암동에서 알몸으로 거리를 배회하던 한 정신질환자가 망치로 주행 중인 차량을 잇달아 훼손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를 제압할 힘세고 젊은 경찰관이 필요한 순간이었지만, 이곳을 관할하던 지구대에는 젊은 경찰관이 없어 50대 경찰관이 테이저건으로 가까스로 이 환자를 제압했다.

지구대 근무 특성상 4일에 한 번은 해야 하는 야간 당직도 50대 이상 경찰관에는 힘에 부친다. 북구의 한 지구대 B팀장은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근무를 서려면 젊은 경찰관도 힘들어한다. 하물며 저녁잠이 많은 우리 같은 나이에는 더욱 고되다"고 털어놨다.

20, 30대 젊은 경찰관에게도 중간 연령대가 별로 없는 구조가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동구의 한 지구대에 근무하는 C(33) 씨는 지구대에서 나이가 두 번째로 어리다. 그는 "전에 경북의 한 파출소에서 근무할 때는 또래가 있어서 쉽게 친해지고 소통도 원활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노하우를 배워 좋은 점도 있지만 젊은 취객을 혼자 상대할 때가 잦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시민들도 이런 현상에 불안감을 호소한다. 김모(52'대구 동구 신암동) 씨는 "우리 동네를 책임지는 치안센터에 패기에 찬 젊은 경찰이 있으면 든든하지만, 나이 든 경찰은 아무래도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런 고령화 현상에 대해 경찰관의 정년연장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북부경찰서 관계자는 "정년이 57세에서 2013년부터 정년이 60세로 의무화되면서 퇴직하는 인력이 급격히 줄다 보니 그만큼 인력 채용을 못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퇴직 인력만큼 시의적절하게 인력 충원이 되지 않는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경찰 관계자는 "정부가 2017년까지 경찰 인력 2만 명을 확충한다고 발표했지만, 신규 인력을 대거 채용하더라도 신입 교육이 상당 기간 필요하기 때문에 젊은 경찰관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지 못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의정 기자 ejkim90@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