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임승차의 사전적인 의미는 차비를 내지 않고 차를 타는 일이다. KTX 등 철도를 공짜로 이용하다가 적발되는 건수가 연간 30만 건에 이르는 게 그 좋은 사례이다. 그런데 이렇게 부정승차를 했다가 적발되면 10배에 이르는 부가운임을 물어야 하지만, 납부하지 않고 버티면 경범죄 처벌법에 따라 몇만원의 범칙금만 내면 된다고 한다.
무임승차의 정치'경제학적인 의미는 '비용을 치르지 않고 혜택을 받거나 유리한 입장에 편승하는 행위'를 뜻한다. 무임승차는 미국의 경제학자 맨슈어 올슨이 '집합행위론'이란 저서에서 언급한 용어로 공공재(公共財)에서 발생한다. 경합성과 배제성을 가진 사적인 재화와는 달리 공공재에서는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편익을 누리는 무임승차를 일일이 막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몇 해 전 '무임승차'라는 탈세 추적 수사극의 형식을 띤 재미있는 장편소설이 출판된 적이 있다. 이 소설은 상식과 원칙이 통하지 않는 사회를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다. 서민들의 애환과 더불어 가진 자들의 파렴치한 행태를 지적한 것이다. 이 같은 소설이 주목을 끄는 자체가 건강하지 못한 우리 사회의 방증이다. 소설이 아닌 실화도 많다.
남편이 부주의로 낸 산불 피해 변상금 120여만원을 22년간에 걸쳐 갚은 가난한 할머니의 사연이나, 자신은 체납자가 되더라도 마지막 잔금으로 밀린 직원들의 월급을 준 성실한 사업가의 얘기는 편법과 불법이 판치는 사회에 큰 울림을 전한다. 하지만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어떤가. 미국의 정치가 벤저민 프랭클린은 "인간이 결코 피할 수 없는 두 가지가 죽음과 세금"이라고 했는데, 이 나라에서는 부유한 사람일수록 권세를 가진 사람일수록 세금을 피하거나 안내는 능력과 요령이 뛰어난 듯하다.
법무부가 일제강점기 친일파가 형성한 재산의 국고 환수작업을 곧 마무리할 전망이라고 한다. 친일재산을 두고 친일파 후손들과 벌인 법정 다툼에서 대부분 이겼기 때문이다. 그 규모가 서울 여의도 면적의 1.5배에 이르며, 재산 가치가 2010년 공시지가 기준으로 하더라도 1천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대한민국은 참으로 좋은(?) 나라이다. 지금도 차비를 제대로 내지 않고 대한민국호라는 열차의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큰소리를 치며 여행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3'1절을 보내며 역사의 무임승차를 새삼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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