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견숙의 에세이 산책] 아이들의 선거

지난주에 전교 어린이회장단 선거가 있었다. 선거운동 기간 등굣길에 늘어서서 한 표를 부탁하던 어린 후보들의 모습이 사뭇 진지했다. 투표가 시작되기 전 학교방송으로 소견 발표를 했다. 환경교육을 중시하고 있는 우리 학교는 출마 학생들에게 환경 공약 한 가지를 반드시 세우도록 하는 특색을 가지고 있다. 1인 1식물 기르기 운동을 하겠다, 학교 앞에 있는 숲에 자주 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등 선생님들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재미있는 공약들이 쏟아져 나왔다. 후보자의 소견 발표를 들은 뒤, 학생들은 유권자 등록을 마치고 온라인 선거로 투표를 시작했다. 선거를 마치자마자 결과는 자동 집계된다. 빈 교실 한 칸에 마련된 기표소에서 줄을 길게 서서 직접 투표를 하고, 오후 늦게 되어서야 결과를 공지할 수 있었던 10여 년 전과는 확 달라진 선거 풍경이다.

예전에는 학급이나 전교 임원 학생들의 역할이 그리 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지금은 '학생 대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져 가고 있다. 몇몇 학교에서는 학생자치법정을 운영하면서 복장이나 두발 규정 등 학교의 크고 작은 교칙을 학생 스스로 결정하기도 하고, 학급 회의를 통해 수학여행 장소를 결정해서 학급별로 수학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힘든 월요일 등굣길 이벤트, 선배와 함께하는 홈커밍데이 등과 같은 학교 행사를 학생들이 직접 나서서 기획'운영하면서 학교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재치 있게 해결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정해주는 대로, 통제하는 대로 수동적인 학교생활을 했다면, 이제는 학생들이 주도해서 학교를 이끌어갈 수 있게끔 학교가 변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에서도 학생 수 감소 등 운영이 어려운 학교를 대상으로 지정하고 있는 '대구행복학교'의 한 영역을 '학생주도행복학교'로 선정한 것 역시 이러한 변화에 따른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올해는 산격초, 불로중, 학산중 등 세 곳이 학생주도행복학교로 선정되었는데, 학생주도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한편 학생 리더교육, 자기주도적 학습 운영의 모범 사례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또 학교와 더욱 밀접한 관계라 할 수 있는 각 교육지원청에서도 학급자치법정을 운영하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연수 과정을 운영하는 등 일선 학교의 학생자치를 뿌리내리는 데 힘쓰고 있다.

이번 주 안에는 대부분 학교가 학급 선거까지 끝낼 것이다. 개학하자마자 이렇게 부리나케 선거를 치러 버리는 연유에는 우선 빠른 교육과정의 정상화가 있겠지만, 선물이나 간식거리를 사 준다든지 하는 부정행위들을 미리 막고자 하는 목적도 크다. 하지만 부정선거를 막자고 선거 기간을 줄이는 게 말이 안 되듯, 아이들에게 올바른 선거의식을 길러주기 위해서 좋은 방법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후보자의 선거의식에서부터 유권자의 바른 선택에 이르기까지 좀 더 교육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도원초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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