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부동산시장은 '나 홀로' 이상무

수도권 뭉칫돈 더 머물고, 전세 수요자 매수세 전환

한국 경제의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에 물가 하락) 경고등이 곳곳에서 켜지고 있지만 대구 주택시장의 '나 홀로 행보'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구는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이어진 부동산 빙하기 여파로 신규 주택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한데다 서울과 수도권 시장이 기력을 못 찾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수도권에 모이던 뭉칫돈이 지역 시장에 더 머물 것이란 전망을 내놓으면서 당분간 대구 부동산 열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면서 대구 주택시장의 활황세가 그리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대구 부동산 '마이 웨이'(My Way) 이상 없다!

저물가로 인한 국내 경기의 디플레이션 우려 속에도 대구 주택시장은 봄기운을 만끽하고 있다. 주택 거래량이 꾸준히 늘고 있는데다 전세 수요에 머물던 관망세가 매수세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이 지난달 전국 주택가격 동향을 조사한 결과, 1월에 비해 대구 주택 매매가 상승률은 0.45%를 기록, 전국 평균(0.2%)을 2배 이상 웃돌았다.

꾸준히 늘고 있는 주택 거래량은 디플레이션 불안 징후를 잠재우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1, 2월 주택 매매 거래 동향에 따르면 대구지역 주택 거래량은 8천335건으로 전년에 비해 3.8% 증가했다. 2008년 3만 가구를 조금 웃돌던 대구 주택 매매 거래량도 한 해 평균 5만 가구 수준으로 올라섰다.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도 여전히 높다. 치솟는 전세가율은 매매 전환 수요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는데 대구 전세가율은 지난달 말 기준 76%를 기록했다. 보통 전세가율이 70%를 넘어서면 전세 수요자가 매매로 갈아탄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디플레이션이 장기로 치닫는 경우 상황이 나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투자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갑작스러운 침체 국면으로 접어든다는 것. 대구과학대학교 부동산금융학과 김경한 교수는 "주택시장이 선순환하려면 물가안정이 우선돼야 하는데 디플레이션이 장기적으로는 주택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주택 인플레이션이 더 큰 문제다.

대구 주택시장의 뇌관은 디플레이션보다는 공급 과잉일 수 있다. 대구는 2002~2007년 연평균 2만 가구 이상 분양되면서 공급이 넘쳤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의 경우 입주물량만 3만2천900여 가구에 달했다. 이후 대구는 건설사의 무덤이라 불릴 만큼 부동산 빙하기를 맞았다.

올해 대구 아파트 입주물량은 1만400여 가구로 지난해보다 3천여 가구 늘어났다. 내년에는 2만여 가구로 대기 물량이 더 많다. 대구 아파트 수요는 한 해 기존 주택의 멸실을 감안할 때 1만여 가구 공급을 적정선으로 보고 있다.

대구시가 들고 나온 청약자 거주지 제한 정책도 단기적으론 잠재적 위험 요인. 대구시는 최근 아파트 분양 시장을 교란시키는 부동산 '떴다방' 난립을 막기 위해 청약자 3개월 거주지 제한 정책을 내놨다.

권오인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이사는 "부동산의 매수와 분양은 심리다. 아무리 좋은 주택시장에도 심리적 요인이 합쳐지지 않는다면 신규 분양이나 주택의 추격 매수가 나타나지 않는다. 대구시의 거주지 제한 정책은 장기적으로 시장의 약이 되겠지만 초기에는 상당한 충격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상준 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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