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직 쫓아낸 조합 "환골탈태"…조합 통폐합 등 혁신 후폭풍

무리한 사업·돈 선거에 불만…'무소불위' 권력 줄줄이 낙선

사상 처음으로 동시선거 형태로 11일 진행된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와 관련 선거 이후 후폭풍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역 조합장의 절반가량이 옷을 벗는 등 조합원들의 개혁과 변화의 의지가 나타난 만큼 조합 통폐합'조합장 특권 제한'조합 재무구조 개선 등 농'산'어촌 협동조합은 대대적인 구조 혁신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당선인 10명 중 2명가량이 불'탈법 선거 혐의로 수사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어 추후 재판결과에 따라 당선 무효와 함께 재선거까지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조합에 부는 혁신 바람

이번 조합장 선거에서 압도적으로 우세할 것으로 예측됐던 현직 조합장들이 절반가량 낙선하면서 현장 조합원들은 "향후 조합 혁신을 요구한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북농협 한 관계자는 "예년 선거에서도 평균 30~40%꼴로 현역 조합장이 고배를 마셨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낙선율이 거의 절반에 육박하는 등 물갈이 의지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조합 혁신에 적합한 인물에 표를 던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저성장의 늪에 빠져 소비 위축이 확산, 조합의 금융영업이 갈수록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도 조합원들의 생각을 바꾸게 한 요인으로 판단된다.

경북의 한 농협 조합원은 "조합이 능력을 벗어난 무리한 사업을 벌여 과도한 빚더미에 올라섰고, 이를 조합원인 농민들에게 전가해왔다"며 "농촌경제가 파탄에 이를 것이라는 공감대가 이번 선거에서 바꿔보자는 식으로 표출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과도한 조합장 혜택과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기 4년의 조합장에 부여된 막강한 권한 때문에 매번 조합장 선거 때만 되면 검은돈을 물쓰듯 뿌려가며 당선에 목을 매고 있다는 것이다.

현직 조합장들은 1억원에 이르는 연봉에다 월 200만원 정도의 업무추진비, 지도사업비 등을 재량껏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인사권을 가지고 있어서 조합장은 '무소불위'의 권력이라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선거제도 개선도 절실

불'탈법을 막자고 조합장 선거를 전국동시선거로 바꿨지만 금품과 식사제공 등 부정선거운동과 무자격 조합원을 둘러싼 논란 등 혼탁 양상은 여전했다.

특히 13일이라는 짧은 선거운동기간과 공개토론회나 연설회가 금지되는 등 선거운동 방법이 너무 제한적이어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받았다.

경북의 한 농협조합장에 출마했다 낙선한 한 인사는 "이름 석 자를 제대로 알릴 수 있는 길이 없었다. 문자메시지와 명함 돌리는 것만으로는 향후 조합 운영에 대한 비전을 밝히는데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깜깜이 선거'를 두고 전문가들은 선거운동 방식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좋은농협만들기운동본부 이호중 사무국장은 "예비후보자 제도를 도입하는 등 선거운동 방식을 다양화해야 한다"면서 "과도한 제약 때문에 조합원들의 알권리까지 침해했다. 합동토론회 실시 등 정책선거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선거운동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그동안 각계에서 제기된 조합장의 과도한 권한 등 문제에 대해 오는 10월까지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이번 선거과정에서 불거진 현직 조합장이 유리한 선거방식, 정책홍보 기회 제한 등의 지적에 대해서는 관계기관과 협의해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당선인 10명 중 2명이 수사대상

동시조합장선거는 끝났지만 당분간 후폭풍은 계속될 전망이다. 선출된 조합장 10명 중 2명가량이 수사 대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경찰과 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이번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구경북의 조합장 211명 가운데 수사대상에 오른 조합장은 대구 5명, 경북 26명 등 31명이다. 당선인 중 14.6%가 불'탈법 선거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것이다.

대구경찰청은 조합장 당선인 26명 가운데 5명을 금품'향응 제공 등의 혐의로 수사 중이다. 당선인 10명 중 2명이 불'탈법 선거에 연루된 꼴이다. 경북경찰청은 당선인 185명 가운데 19명을 적발해 청도축협과 남상주농협 등 2명을 구속하고 1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북도선거관리위원회도 당선인 가운데 8명의 불'탈법 행위를 적발했다. 상주 공성농협, 구미 옥성농협, 포항농협, 와촌농협 등은 당선인이 고발됐고, 고령성주축협과 성주 선남농협은 당선인의 측근이 금품'향응 제공 의혹을 받고 있다. 당선인의 측근이 수사받는 사건에서 공모 정황이 포착되면 당선인도 수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

이번 선거와 관련해 11일 현재 경북도선관위가 적발한 불'탈법 선거 행위는 111건으로 경고 76건, 고발 18건, 수사의뢰 12건, 이첩 5건 등이었다.

수사기관은 선거일로부터 6개월 안에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하며, 당선자가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당선무효가 된다.

무자격 조합원 문제도 갈등의 씨앗으로 떠올랐다. 의성축협의 경우 지난 5일 전체 조합원의 절반에 가까운 772명이 무자격 조합원으로 강제 탈퇴돼 논란을 빚었다.

의성경찰서는 조합원 중 지난해 6월 이후 신규 가입한 조합원 120여 명과 무자격 조합원 772명에 대해 집중 조사를 벌이고 있다. 또 낙선한 후보자가 선거 무효 소송을 준비하는 등 파장은 계속될 전망이다.

정욱진 기자 penchok@msnet.co.kr

장성현 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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