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축구 월드컵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뛰고 싶어요. 당연히 우승을 해야죠."
여자아이는 쉬는 시간이면 친구들과 공을 찼다. 같은 반 여자 친구들이 공기놀이, 인형 옷 입히기 놀이를 할 때 남자아이들과 어깨를 부딪쳐가며 흙먼지를 뒤집어썼다. 공을 이리저리 굴리고 '뻥' 하는 슈팅 소리를 들을 때가 너무 즐거워 예쁜 원피스에 흙을 가득 묻히는 바람에 어머니의 꾸중을 듣기 일쑤였다. 무작정 공이 좋았던 여자아이는 10년 후 청소년 여자축구 주전 공격수이자 득점왕이 된다. 포항여자전자고 이소희(18) 양의 이야기다.
"공을 차는 게 하루 종일 질리지도 않을 만큼 너무 재밌어요. 역시 공부보다 축구가 적성에 맞나 봐요(웃음)."
소희 양이 축구를 처음 시작한 건 영덕 영해초등학교 3학년 때다. 쉬는 시간에 그녀가 공을 차던 모습을 본 담임교사는 또래 남자들보다 훨씬 재빠르고 열중하는 모습에 "정식으로 축구를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부모님한테 부탁했더니 '네가 그렇게 하고 싶으면 해라'고 허락해 주셨어요. 처음 축구부에 들어가 드리블 기술을 배우는 데 얼마나 기뻤는지 날이 저무는 줄도 몰랐어요."
여자축구부가 있는 포항 상대초교로 전학한 소희 양은 이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6학년부터 유소년 국가대표에 발탁된 그녀는 매해 태극마크를 놓쳐본 적이 없다. 2013년 국제 U-16 여자축구선수권대회에서는 고교 1학년으로 '등번호 10번' 주 공격수를 맡았으며, 지난해 추계연맹전에서는 7골을 넣어 득점왕을 수상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홍명보장학재단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홍명보장학금은 매년 그 연령대의 가장 눈에 띄는 축구 꿈나무를 발굴해 육성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다른 친구들이 어디 놀러 가자고 하면 그게 부러워요. 학교를 마치면 시내에서 마음껏 놀다가 집에 가고 싶지만, 연습해야죠. 지금보다 더 나은 축구선수가 되려면요."
소희 양에게는 최근 숙제가 생겼다. 공격수가 주 포지션이었던 그녀는 미드필더로 전향해 새로운 훈련을 진행 중이다. 그저 '경기 중 가장 공을 많이 가지고 있을 수 있어서'가 미드필더를 택한 이유다. 좋아하는 연예인이 누구냐는 질문에도 "스페인 FC바로셀로나의 주전 미드필더 사비 에르난데스를 만나 축구 기술에 대해 묻고 싶다"고 할 정도로 축구 사랑이 대단하다. "은퇴 후에는 요리사 자격증을 따 레스토랑을 차리고 싶어요. 최대한 빨리 성인 국가대표가 돼 국제대회 우승을 이룬 뒤의 일이겠지요.(웃음)"
포항 신동우 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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