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대전의 암운이 드리우던 1930년대, 영국 옥스퍼드의 대저택 달링턴 홀에는 국제회의에 참석하는 전세계 유력 인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달링턴 홀의 집사장 스티븐스(안소니 홉킨스 분)는 매번 행사들을 빈틈없이 치러낸다. 스티븐스는 절대 자기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성격으로, 심지어 자기 아버지가 임종을 맞는 순간에도 외교 사절을 접대하는 침착함을 보인다. 이토록 차갑기만 한 스티븐스 앞에 어느 날 매력적인 하녀장 켄턴(엠마 톰슨 분)이 나타난다. 켄턴은 스티븐스에게 호감을 느끼고, 스티븐스 역시 똑똑하고 유능한 켄턴에게 끌리지만 그는 그럴수록 마음의 빗장을 굳게 걸어 잠근다. 결국 스티븐스의 이중적인 태도에 지친 켄턴은 다른 남자와 결혼해 영국 서부로 떠나버리고, 독일과의 화합을 추진하던 달링턴은 나치 부역자로 낙인찍혀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이후 새 주인으로 모시게 된 스티븐스는 모처럼의 휴가를 얻어 추억을 되새기며 켄턴이 사는 서부의 클리브던으로 여행을 떠나고 두 사람은 노년의 모습으로 어색하게 마주한다. 하지만 그들은 오랜 세월 가슴속에 담아둔 애틋한 감정을 풀지 못한 채 각자의 일상을 향해 쓸쓸히 발길을 돌린다.
일본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영국 출신의 연기파 배우 안소니 홉킨스와 엠마 톰슨이 '하워즈 엔드'(1992)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이후 다시 뭉쳐 절정의 연기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작품이다. 1993년 전미 평론가 협회상, LA 비평가 협회상,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런던 비평가 협회상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캔자스시티 영화 비평가 협회는 남우주연상과 여주주연상을 동시에 수여했다. 러닝타임 138분.
한윤조 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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