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북미 대륙을 흔들었던 미국 드라마 '나이트 라이더'는 1980년대 중'후반 우리나라에서 '전격 Z 작전'이란 이름으로 방영되며 크게 인기를 끌었다. '전격 Z 작전'을 즐겨봤던 이들이라면 주인공을 돕던 자동차 '키트'(KITT)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드라마 속 키트는 인공지능으로 말도 하고, 미사일도 쏘아댔다. 심지어 위기에 처한 주인공이 손목시계에 "키트, 도와줘!"를 외치면 운전자도 없는 차가 혼자서 달려와 주인공을 도왔다. 키트는 단숨에 모든 소년의 드림카이자 로망이자, 꿈이 되었다.
◆코앞에 다가온 무인자동차 시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CES 2015에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는 스마트폰이나 가전제품이 아닌 무인자동차에 돌아갔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포드 등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들이 경쟁적으로 자율주행과 관련한 노하우와 비전을 제시한 때문이다. 심지어 마크 필즈 포드 회장은 CES 2015에서 무인자동차의 탄생이 그리 머지않다고 단언했다.
1980년대 소년들의 로망이었던 무인자동차는 비약적인 기술 발전 덕에 우리 코앞에 다가왔다. 무인자동차, 또는 자율주행자동차는 운전자가 운전대와 가속페달, 제동장치 등을 조작하지 않아도 스스로 목적지를 찾아가는 자동차를 말한다. 무인자동차 관련 기술은 현재 우리가 운전하고 있는 차에도 다양하게 들어 있다. 스마트워치와 연동하는 자동차, 사람이 핸들을 조작하지 않아도 알아서 주차를 해주는 자동주차 기능, 앞차의 주행을 감지하여 자동으로 속도를 줄이고 정지하는 스마트 크루즈 기능, 핸들을 놓아도 자동으로 주행을 하는 자동주행 기능 등이 이미 프리미엄 카에는 적용되어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무인자동차 장점은 무엇인가?
대개 처음 운전면허를 따면 하루빨리 운전하고 싶어 안달 난다. 그러다 이내 운전이 지루하고 피곤한 일임을 알고 운전을 기피하게 된다. 차는 조수석에 타는 것보다 운전을 해야 제 맛이란 그 나름의 철학을 가진 사람들도 러시아워 시간에 꽉 막힌 도로에 갇혔거나, 설이나 추석 연휴처럼 교통체증 속에서 장거리 운전을 하고 나면 다시는 운전석에 앉기 싫어진다. 이럴 때면 '사람이 운전하지 않고도 스스로 알아서 움직이는 자동차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무인자동차가 도입되면 이 같은 불평'불만이 줄어들 거란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편리함만이 아니다. 사람보다 운전에 더 집중하는 컴퓨터 덕분에 졸음이나 음주, 조작 미숙 등으로 발생하는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한 해에 약 124만 명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사망 원인 중 9위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에서도 18초마다 1명씩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자율주행차 시대가 도래하면 교통사고 수가 현재의 90%까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차량 흐름도 좋아져 에너지와 환경 문제 해결에도 큰 도움이 되는 데다 장애인이나 고령자의 이동권도 보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 무인자동차 기술의 현주소
세계적으로 무인자동차 분야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은 구글, BMW, 도요타자동차 등 미국, 독일, 일본 회사들이다. 미국의 IT기업 구글은 무인차인 구글카로 2012년 8월 사람의 조작 없이 5만 마일(약 8만㎞)을 운행했다. 구글은 5년 내에 무인차를 상용화시킨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부터 자율주행자동차경진대회를 시작했다. 당시 대회를 주최한 현대자동차 측도 대회 운영과 기술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던 상황이었다. 그렇게 2년에 한 번씩 지난해까지 3회째 대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무인차 연구는 아직 미국, 독일, 일본에 비해 5~10년 이상 뒤처져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무인차 대회의 경우 미국에서는 시나리오가 정해지지 않은 시내도로를 주행하는 대회를 수행할 정도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주행구간 4㎞ 내외의 정해진 구간을 정해진 시나리오에 따라 주행하는 수준이다. 심지어 인식시스템 중 라이더(Lidar)는 고가의 장비인 데다 아직 국산화가 안 되어 있어서 수입에만 의존하고 있을 정도다. 물론 미국에 비해 무인차 시장에 늦게 뛰어든 탓도 있다. 미국은 이미 30년 전부터 군사용으로 무인차 연구를 시작했으며 그 성과가 최근 나타나고 있다.
이호승 계명대학교 지능형자동차대학원 교수는 "특허 등록 현황을 살펴보면 기술 선도 기업과 비교해 우리의 기술력이 5~10년 정도 뒤처져 있다. 자율주행자동차는 꾸준한 연구개발이 필요한 분야인데 기업은 당장 상품화할 수 있는 수준을 원한다. 기업이 끈기를 갖고 산학 협력으로 R&D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인자동차 시대, 대구가 갈 길
지난해 계명대 학생 7명이 경기도 화성 현대자동차그룹 기술연구소에서 열린 자율주행자동차 경진대회에서 3위를 차지했다. 지역대학 중 유일하게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대회는 예선 심사, 오리엔테이션, 연습 주행, 주행 심사 등 장기간의 평가과정을 거쳐 서울대, 카이스트, 한양대 등 전국 10개 대학이 최종 본선에 진출했다. 각 팀은 3.4㎞의 포장, 비포장 주행코스에서 9가지 미션을 수행하며 실력을 겨뤘다.
수상 실적만 보면 대구의 무인자동차 기술의 미래가 밝아 보인다. 하지만 현장 연구인력이 받는 느낌은 다르다. 학교에서 열심히 가르치고, 학생 스스로 열과 성을 다해 연구에 매진하더라도 대구경북에서 취업할 수 있는 곳이 없다. 연구인력들은 연구소를 찾아 수도권으로 향하고 있다.
이 교수는 "완성차 회사는 협력업체가 R&D를 통해 지능형 부품을 만들어내길 요구한다. 하지만 대구의 자동차부품 업체들은 중소기업이라 R&D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 또 대학원을 마친 고학력 인력들이 지역의 중소기업에서 근무하기보다 근무 여건이 좋은 대기업 연구소를 선호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대구 국가산업단지만큼 자동차부품산업에 특화된 곳이 국내에 드물다는 점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지금은 '엔진의 시대'이지만 앞으로 무인자동차 시대가 되면 무엇이 대세가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의 생태계가 바뀌면 '엔진의 시대'에 살고 있는 부품업체가 대응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단 것이다.
이 교수는 "지난해 4월 문을 연 '대구지능형자동차부품시험장'에서 자동차 부품과 시스템의 신뢰성 시험'평가'인증이 가능하다. 이런 점을 특화해서 앞으로 대구에서 한국의 모든 지능형자동차 관련 인증이 이뤄지도록 한다면 무인자동차와 관련된 업체들이 대구로 몰려와 대구에 득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홍준표 기자 agape1107@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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