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다섯살이 "人死留名" 읽자 90세 선생님 '뿌듯'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유치원 한자 교육 이영호 옹 "90은 일하기 딱 좋은 나이" 교육계 퇴직후 12년째 강의

20일 대구 동구 검사동 동촌제일유치원에서 올해 90세인 이영욱 옹이 5세 아이들에게 한자를 가르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20일 대구 동구 검사동 동촌제일유치원에서 올해 90세인 이영욱 옹이 5세 아이들에게 한자를 가르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일하기에 딱 좋은 나인데…."

20일 오후 3시 대구 동구 동촌제일유치원 내 교실. 10여 명의 유치원생이 칠판에 붙어 있는 '호사유피 인사유명'(虎死留皮 人死留名'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이라는 한자성어를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읽고 있었다.

올해 90세의 이영호 옹은 칠판 옆에서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아낌없는 칭찬을 쏟아낸다.

이 옹은 "우리나라에서 한자를 이렇게 잘 아는 유치원생은 내 제자밖에 없을 거야. 참 뿌듯해"라며 미소 지었다.

이 옹은 이 유치원에서 12년째 한자를 가르치고 있다. 일제강점기 때 초등학교 교사로 시작해 교감과 교장, 장학관 등 교육계에서 정년을 마친 이 옹은 십수 년 전부터 복지관과 학교 등을 돌며 한자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러다 12년 전 김한경 동촌제일유치원장의 권유로 처음 유치원 강의를 나왔다. "어린 나이부터 한자를 배우면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고 한자성어를 통한 인성교육도 가능하지. 누구보다 이 아이들에게 한자교육이 필요한 거야."

비슷한 연배의 노인들이 몸이 아파 병원에 있거나 세상을 떠났지만 이 옹은 나이가 무색할 만큼 건강하다.

일주일에 세 차례 직접 지하철을 이용해 유치원을 찾는다. 하루 2, 3시간씩 수업을 하는 데도 힘들어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이 옹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보람 때문에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12년간 500명에 가까운 아이들을 가르쳤고 그중 170여 명은 한자자격증도 취득했다. 중'고등학생이 된 제자들은 한자 공부를 이어가면서 더 높은 급수의 자격증까지 취득하고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며 학부모들까지 자격증을 따고 있다. "꾸준히 사회활동을 하면서 생기 있는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게 건강 비결이라오."

이 옹처럼 최근 자신의 재능을 살려 사회활동을 하려는 어르신들이 늘고 있다.

대구시는 사회활동을 원하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노인사회활동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월 30~35시간 사회활동에 참여하고 20만원의 지원비를 받는 노인이 지역에 총 1만4천여 명이나 된다. 특별한 재능이 없더라도 길거리 미화활동이나 초등학교 급식 도우미 등에 참여하는 어르신들도 많다.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조국 혁신당의 조국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비상계엄 사과를 촉구하며, 전날의 탄핵안 통과를 기념해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극우 본당을 떠나...
정부가 내년부터 공공기관 2차 이전 작업을 본격 착수하여 2027년부터 임시청사 등을 활용한 선도기관 이전을 진행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는 2차...
대장동 항소포기 결정에 반발한 정유미 검사장이 인사 강등에 대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경남의 한 시의원이 민주화운동단체를...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