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박모(40) 씨는 겨우내 불어난 체중을 줄이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했다가 고역을 겪고 있다. 봄바람을 맞으며 들뜬 기분에 무리했던 게 화근이었다. 잠시 비틀거리는 순간, 발목을 접질러 심한 통증을 느낀 것.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박 씨는 파스를 붙이고 진통제를 먹으며 며칠을 버텼다. 하지만 통증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고, 작은 요철에도 발목이 쉽게 휘청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박 씨는 "참다못해 찾은 병원에서 발목인대가 끊어졌다는 진단을 받았다"면서 "실제 통증보다 부상이 심해서 놀랐다"고 말했다.
3월은 한결 따뜻해진 날씨와 함께 야외 활동이 부쩍 늘어나는 시기다. 그러나 겨우내 근력과 유연성이 떨어진 상태에서 갑자기 운동을 시작했다가 부상을 당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09~2013년까지 무릎관절증 환자를 분석한 결과, 3월 평균 환자 수는 1월에 비해 14.6%나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굳은 몸으로 격렬한 운동이 원인
겨우내 근력과 유연성이 떨어진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운동을 하면 관절에 쉽게 무리가 간다. 대학생 김모(25) 씨는 주말에 친구들과 농구를 하다 어깨를 크게 다쳤다. 공을 잡기 위해 뛰어올랐다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어깨를 부닥친 것이 원인이었다. 김 씨는 며칠 동안 진통제를 먹고 참았지만 어깨가 불편한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다. 김 씨는 병원에서 어깨를 둘러싼 힘줄이 찢어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농구뿐만 아니라 야구도 어깨를 다치기 쉬운 스포츠다. 야구공을 던지거나 주루 동작을 하는 과정에서 어깨를 다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축구는 무릎 관절의 전방십자인대를 다치거나 반월상 연골판이 손상되는 경우가 잦다. 잘못된 태클이 가장 큰 원인이고, 공을 찬 뒤 달리거나 상대 선수와 부딪혀 넘어지며 부상을 입기도 한다.
풋살 동호회에서 활동하는 이모(36) 씨도 축구를 하다 발목인대를 크게 다쳤다. 공을 빼앗으려고 태클을 들어간 순간, 발목에서 '뚝'하는 느낌이 들며 극심한 통증이 밀려온 것. 무심코 지나쳤던 이 씨는 같은 부위를 거듭해서 접질렀고, 발목이 빠지는 듯한 느낌도 들어 결국 병원을 찾았다.
마라톤이나 달리기, 자전거를 타다가 발목을 다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자전거는 무리하게 페달을 밟다가 발목에 피로골절이 생기거나 인대에 무리가 가기도 한다.
◆진통제 먹고 그냥 참으면 악화돼
운동으로 인한 손상은 주로 염좌나 인대 및 힘줄 파열, 골절 및 탈구 등으로 나타난다. 발목 염좌는 스포츠 활동과 관련된 손상의 2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흔한 부상이다. 대부분 인대가 늘어나거나 가벼운 염증이 생기는 정도지만, 환자 중 20~30%는 만성적인 통증과 함께 발목을 반복해서 접질리는 경향이 있다. 주로 발목이 안쪽으로 꺾이면서 발목 바깥쪽의 전방거비인대가 손상되는 경우가 많다.
무릎에 염증이 생기는 무릎관절증은 무릎에 찌릿한 통증과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고 무릎의 움직이는 범위가 줄어드는 게 특징이다. 증상 초기에는 큰 통증이 없지만 악화되면 무릎에 체중이 실릴 때마다 통증을 느낀다. 단순 타박상부터 무릎연골이나 연골판, 인대 손상까지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전방십자인대 파열인 경우 급성 통증 기간인 2, 3주 정도 지나면 붓기가 가라앉고 통증도 없어지기 때문에 무심코 지나쳤다가 수술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어깨는 다른 부위에 비해 관절의 운동 범위가 크기 때문에 골절이나 탈구 등의 심각한 손상을 입기 쉽다. 어깨 관절을 둘러싼 관절와순이 파열되거나 힘줄인 회전근개가 찢어지는 경우도 있다. 특히 회전근개 손상이나 재발성 탈구는 방치할 경우 오십견 등으로 진행될 수 있다. 연골이나 연골판 손상도 제때에 치료하지 않으면 손상 범위가 더욱 커지게 되고 관절염을 동반할 가능성이 높다.
◆'RICE', 기억하세요
운동을 하다 다쳤을 경우 'RICE'를 기억하면 붓기와 통증을 빠르게 가라앉힐 수 있다. 'RICE'는 '안정'(Rest), '냉찜질'(Ice), '압박'(compression), '다리를 올리는 행위'(Elevation)의 머리글자다. 다친 부위를 움직이지 않고, 얼음 등을 이용해 냉찜질을 한다. 압박붕대로 감거나 얼음 주머니를 올려 두기만 해도 붓기가 가라앉는다. 다친 부위는 머리보다 높게 유지하는 것이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
아프지 않다고 해서 다친 관절이 정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무릎 수술을 받은 최모(36) 씨가 그런 경우다. 최 씨는 4년 전 축구를 하다가 무릎을 다친 뒤 진통제를 먹거나 물리치료만 받으며 버텼다. 하지만 무릎에 물이 차는 일이 반복됐고, 다리 모양까지 'O'자 형태로 굽는 증상까지 나타났다. 방치됐던 최 씨의 무릎은 연골과 십자인대가 거의 닳아 없어졌고, 노인들이 겪는 퇴행성 관절염으로 진행된 상태였다.
관절 부위를 다친 경우 수술 외에도 DNA 증식 주사 치료나 재활 치료, 줄기세포를 이용한 관절 치료 등도 통증이 적고 빠른 재활이 가능하다. 가장 중요한 건 예방이다. 운동을 하기 전에 반드시 스트레칭으로 뭉친 근육을 풀어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2, 3주가 지나도 다친 부위에 통증이나 불편한 느낌이 든다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성서한미병원 신홍관 병원장은 "무리한 운동을 피하고 자신의 몸에 맞는 신발과, 옷, 기구 등을 준비해 운동하면 부상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장성현 기자 jacksoul@msnet.co.kr
도움말 성서한미병원 신홍관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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