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용감한 택시기사…행인 치고 도주한 음주 뺑소니범 검거

택시기사가 음주 상태에서 뺑소니를 내고 달아나던 피의자를 500m 이상 추격해 붙잡아 화제다.

택시기사 이기정(54'사진) 씨는 22일 오전 1시 20분쯤 대구 수성구청 맞은편 건널목 앞에서 대기하던 중 끔찍한 장면을 목격했다. SUV 차량이 통화하면서 건널목을 건너고 있는 한 30대 여성을 친 것이다. 이 차량은 잠시 멈춰 있다 차도에 쓰러진 여성을 그대로 둔 채 달리기 시작했다. 이 과정을 지켜본 이 씨는 놀란 마음을 추스르고 운전자를 쫓기 시작했다. 이 씨는 "SUV 차량이 골목길로 들어가자 평소 그 골목길이 막혀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곧바로 뒤쫓았다"고 말했다. 이 씨의 예상대로 SUV 차량은 500m쯤 달리다 한 아파트상가 주차장 벽에 가로막혀 옴짝달싹 못했다. 이 씨는 SUV 차량이 못 빠져나가도록 택시로 가로막았고 이에 SUV 차량 운전자 A(28) 씨는 차에서 내렸다.

이 씨는 젊고 덩치도 큰 A씨가 혹시 자신에게 해코지를 할까 봐 무서웠지만 침착하게 대응했다. 당시 휴대전화가 없었던 이 씨는 멀리 보이던 행인에게 소리쳐 경찰에 신고토록 했다. A씨는 현장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A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162%로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A씨의 차에 치인 여성은 그 자리에서 숨졌다.

이 씨는 평소 의협심이 강해 과거에도 범인을 수차례 잡은 경력이 있다. 이 씨는 "2005년쯤에는 집 근처 골목길에서 여자를 상대로 금품을 빼앗으려던 강도를 잡아 서부경찰서장 감사장을 받았고, 2008년에는 길거리에서 날치기범을 택시로 쫓아가 잡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 수성경찰서는 뺑소니 피의자를 붙잡는 데 크게 기여한 이 씨에게 감사장을 수여할 예정이다.

김의정 기자 ejkim9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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